여행작가님들의 추천사
책에 들어갈 추천사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산 하나를 넘었더니 또 산 하나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와도 같았다. 아는 여행작가는커녕 추천사를 부탁할만한 지인도 마땅치 않았던 탓에 추천사 이야기를 듣고 나서 깊은 시름에 잠겼다. 추천사도 결국 마케팅의 일부인지라, 추천사를 부탁할 사람을 신중히 고민해야만 했다. 오로지 나의 만족만을 위한 책이었다면 그렇게까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는 '우리의 책'이었기에 고민은 깊어져갔다. 인터넷에 신나게 검색을 해 보았으나 나오는 정보도 많지 않았고, 있다 하더라도 대개 일면식이라도 있던 사람들에게 부탁한 경우였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것은 일단 부딪쳐 보는 것, 그 선택지 하나뿐이었기에 일단 어떤 분들께 부탁해야 할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째, 내게 의미가 있는 사람일 것. 둘째, 저자분일 경우 내가 그분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을 것. 셋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
부탁드릴 몇 분을 골라놓고서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가, 새벽 감성을 이용해 메일을 작성하고 늦은 밤 메일을 보냈다. 딱히 매뉴얼이라거나 정해진 형식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께 연락을 드렸기 때문에 그간 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라거나 팬심을 드러내는 메일 끝에 조심스럽게 추천사를 부탁드린 것뿐. 그랬기에 더더욱 긴장되었고 또 설레기도 했다.
메일을 보낸 다음 날이었나, 한 작가님께 답장이 왔다. 기꺼이 추천사를 써 주시겠단 답변이었다. 예전에 한 번 블로그에 그분의 책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고 블로그 댓글을 통해 작가님과 아주 잠시 교류한 적이 있었다. 그땐 내가 저자로서 작가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 역시 사람 인연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투고를 할 때만큼 긴장했지만 투고를 할 때보단 더 쉽게 해결되었던 추천사 문제. 한 분의 승낙을 받고 나니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다른 한 분은 답변이 없었다. 완곡한 거절의 답변인가, 하고 지레 짐작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계속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의 강연이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열렸다. 이미 그 강연을 예약해 두었던 나는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강연에 참석했다. 작가님의 강연을 두 번째로 듣는 것이었지만 느낌은 달랐다. 첫 번째 강연은 몇 년 전, 그분이 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들으러 갔던 강연이었던지라 여행자로서 겪었던 일들을 많이 들었었다면 이번 강연은 '여행 작가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발돋움을 하는 나로서는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한 정보였고, 또 그 어떤 것보다 궁금한 것들이었기에 강연 내도록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그 강연의 끝에 질문 시간이 있었다. 질문을 할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하다가 애써 손을 들어 질문을 건넸다. 여행 에세이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그래서 요즘 걱정이 많노라고. 작가님께서는 출간 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으며 출간 이후엔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해주신 작가님께서는 강연이 끝난 후, 내게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주셨다. 또다시 일주일가량을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장문의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추천사를 부탁드려도 괜찮겠느냐고. 이미 이전에 메일의 답을 받지 못했던 터라 민망하기도, 죄송하기도 했다. 긴장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휴대폰을 저 멀리 던져두고 낮잠을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XXX(메일 주소)로 보내주세요! 추천사 마감은 언제까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