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책임감
* 본 글은 이미 출간 완료된 '몽골의 비는 좋은 인연을 데리고온다'의 출간 과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출간 예정일이 나왔다.
7월 27일. 그러니까, 출간이 앞으로 일주일 정도밖에 채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곧 출간할게요. 그 이야기를 들어오면서도 내심 '아직 한참 남았을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갑작스레 전해진 소식에 왠지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간 마음은 수십 번씩 바뀌고 또 바뀌었다. 여전히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땐 또 좋아 보이기도 했고 빨리 출간이 되었으면 하다가도 그 이후의 일들이 내심 두려워져 출간을 바라지 않게 되기도 했다. 오로지 계약만을 바라보고 달릴 때와는 달리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3교를 마무리해서 전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제목을 짜냈고, 그렇게 짜낸 제목을 전달한 이후엔 출간 전 연재를 할 에피소드들을 뽑아내야 했다. 그리고 나니 또 메일엔 표지 시안이 도착해 있었고 표지를 확인하며 또다시 수정 사항을 체크했다. 오늘 하루에만 서너 번씩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서둘렀고 늦은 새벽, 최종 표지와 본문을 확인한 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피드백 파일을 출판사 메일로 전송했다.
할수록 늘어나는 것이 걱정이라지만, 이렇게 정해지고 나니 왠지 후련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쓰고 싶은 글이 마음 한구석을 가득 채웠는데, 이래저래 신경 쓰이고 바쁘다는 이유로 대략 얼개만 잡아둔 후 미뤄두었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고 나면 지금보다 더 바빠지겠지만 지금 수정해야 할 글들에 치여 쓰고 싶은 글들을 못 쓸 일은 없겠다는 생각. 빨리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사는 곳이 대구이기에, 출판사에서도 대구 쪽 서점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시겠단 이야기를 전했다. 그 말을 들으니 '앗, 그럼 내가 팔아와야 할 책의 부수가 많아진다는 소리군!'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단 웃픈 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신간 코너에서 매대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잘 할 수 있겠지. 살아남을 수 있겠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잠겨들다가 또 최악을 상상하기도 하는, 참 심란한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