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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일기 Dec 11. 2018

몽골과 어린 왕자의 상관관계

어린 왕자가 생각나는 그곳, 몽골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마주한 몽골의 모습에 가슴이 설렜던 것도, 길게 늘어진 아침 해의 그림자에 마냥 행복했던 것도 이 몽골 어딘가에 고비 사막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막 어딘가에서 동화 속 어린 왕자를 닮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이유 모를 확신. 앞으로 내가 겪을 몽골 어딘가에는 분명 어린 왕자의 흔적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사하라 사막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매번 여행을 할 때면 꿈꾸곤 한다. 이번 여행지에서는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기를, 하는 조금은 허황된 꿈.



몽골의 바람은 바다를 닮았다. 바다는커녕 사방엔 초원과 모래밖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살에 닿아오는 공기는 바다의 것처럼 시원하고 청량했다. 아니, 바람뿐만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바다를 닮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과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 몽골을 다닐 때면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렇게 느리게 걷다가 문득 빠지고 싶을 땐 아무런 고민 없이 마구 잠겨 들고 싶은 곳이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가을날의 저녁 시간이 떠오르는 곳이다. 


여름 내내 나를 괴롭히던 찝찝한 습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건조하고 뽀송뽀송한 느낌만이 온몸을 휘감았다. 물 먹은 솜이불 같던 한국의 공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낯선 공기를 품에 안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길. 떠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떠나왔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풍경들을 봐도 마음이 벅차고 행복하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라는 생각에 더더욱 신이 난다. 즐거운 여행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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