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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일기 Jan 08. 2019

안녕, 여긴 몽골이고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어

해가 예쁘게 지던 어느 게르 캠프에서였다. 우리 일행들은 저마다 따뜻한 차를 손에 쥐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고 있는 초원과 달이 뜨고 있는 강가의 중간 즈음엔 꽤나 커다란 정자가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 앉아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캠프에 묵는 외국인들도 그곳에 앉아 있었다. 필립포와 한나, 이탈리아에서 온 부부라고 했다. 필립포는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한나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간간이 필립포가 한나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통역해 주는 것을 들으며 그들과 나란히 앉아 열심히 일기를 썼다. 


그러다가 누군가 제대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우리는 일기는 접어두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외국인 두 명이 정자를 찾아왔다. 그들은 저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국적은 딱 두 개였다. 한국인과 이탈리아인. 우리는 짧은 영어를 가지고 신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필립포는 말을 아주 재미있게 했다. 뒤늦게 합류한 마르코도 마찬가지였다. 마르코는 이탈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가방엔 파스타밖에 없다며, 파스타만 잔뜩 챙겨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 티셔츠, 트웬티 파스타(티셔츠는 고작 한 개인데, 파스타는 스무 개를 챙겼어!)!”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또 깔깔대며 웃었다. 그러다가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너무 험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덜덜 떨리는 차를 타고 오느라 엉덩이가 깨질 뻔 했다던가, 하여튼 그런 대화를 했다. 우리의 언어가 서로 너무나도 잘 통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손짓발짓을 더 크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필립포는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자동차가 된 것처럼 온 몸을 털털털털 흔들었다.


“털털털털, 이렇게 떨리더라고. 엄청 흔들렸어. 그러다가 아까 기사가 자동차를 몰고 저 강을 건너기 위해 강으로 들어가는데 말이야, 오, 지저스!”


떠나온 곳도, 떠나갈 곳도 모두 다른 우리들이었으나 그 말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맞아요. 탈곡기에 들어간 것처럼 여기저기로 튕겼었죠. 그러다가 차가 덜컹 튀어 오르면 온 사방에 머리를 찧곤 했는데 말이에요. 오, 지저스!’




필립포와는 그 다음날 아침에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였고, 그 이후엔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의 여행을 하는 종종 ‘오, 지저스!’ 하는 그의 외마디 비명을 떠올렸다. 세차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람들을 향해 전진하는 염소 떼가 있는 곳에서, 목적지를 향해 걷다가 쏟아진 우박을 만난 초원 위에서, 강을 건너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서로의 행복한 여행을 기원하며 헤어졌던 그 대화가 내게 너무 인상 깊어서, 이렇게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즐거워서, 그래서 나는 그들이 모두 떠나간 몽골 위에서 그들을 종종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곳으로 떠나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는 그들이지만 살아가는 내내 그날 보았던 몽골의 일몰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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