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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Dainn Mar 14. 2017

이 과장의 스타트업 생존기 7

제5편 _ 스타트업의 채용


보통 회사 채용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
 

기존 내가 다녔던 회사는 분기별로 공채를 뽑았는데 공고가 나는 달에는 사원 휴게실에 검정 정장을 입고 면접 준비 하는 구직자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이력서를 제출하고 1차, 2차, 3차 심지어는 3개월 뒤 pt발표까지 준비하여 입사를 했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1:7 압박면접....헤롱헤롱 거렸던 기억과 힘들게 회사를 입사했던 기억들....



하지만 여기는 어디?

스. 타. 트. 업!


스타트업은 이제 시작하는 회사다 보니 좋은 분위기와 좋은 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 그래서 상시 공고를 띄워놔도 지원자가 적거나 심지어는 없기도하다. 스타트업에 이력서를 내고 지원을 한다는 것은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맨땅에 헤딩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인것 같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도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는 인력이 없는 이유는 불안성 때문이 아닐까?

 

특히 스타트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지원자 입장에서 과감한 도전이 어려운건 사실이니깐... 


 

하지만 나 같은 중견기업 근무자도 지금 스타트업에 글까지 써가며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좋은 면이 많다. 하지만 이를 알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디자인을 통해 채용 홍보를 했던 경험담을 쓰려고 한다.




스타트업과 채용박람회

매년 열리는 채용박람회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이력서를 받고 면접을 진행하고 회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전에 채용박람회를 준비하라는 오더를 받았다면????


 

"이 과장님 저희가 갑자기 채용박람회를 나가게 됐어요. 배너를 만들으려고 하는데 디자인 부탁해요"

나에게 떨어진 첫 오더는 배너였다. 기존에 배너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채용박람회에 비치될 것을 생각하여 회사에 대한 포장이 이뤄줘야 한다.


 

질소를 가득 담은 가격만 비싼 텅 빈 과자봉지와 같은 디자인이 아닌 구직자들이 원하는 회사의 기술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기에 나는 회사의 연혁과 언론 보도된 이미지들을 가지고 디자인을 시작하였다.


 

텍스트를 읽기에 불편함이 없게 최대한 담백~~ 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텍스트 위주로 정리하였다.

우선 어떤 기업인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가지고 어떤 히스토리를 만들어 냈는지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까지 배너에 담아내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비주얼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인지 깔끔한 텍스트 정리하여 내용전달이 우선인지 상황인지에 대한 구분이 확실히 서있어야 한다. 채용자의 입장에서는 디자인보다는 정보가 우선이리라! 그렇게 나는 최대한 핵심 내용만 쏙쏙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하였다.


이렇게 배너를 정리하고 기존에 디자인한 서비스 배너, 현수막까지 모두 재활용을 하여 취업부스를 꾸밀 계획이었다.


 

그렇게 끝났다~~ 하고 환호를 지으려던 찰나


 

이사님의 호출

"우리 회사에서 어떤 채용이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구인중인 직무를 전단으로 만들면 어때요?"

"아, 그렇네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각 부서별 채용계획이 있다면 원고 작성해서 저에게 주세요"


그렇게 시작된 전단..


 

막상 원고를 받고 채용을 넣다 보니 참~~~ 심심한 것이 뭐하나 빼먹은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콘셉트!"

갑자기 콘셉트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하.. 콘셉트를 어떻게 정하지... 어쩌지...'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사과해서 사과합니다

만약 내가 구직자라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

배너와 전단 가지고는 충분한 관심을 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옆 부서 여직원이 지나가는 말로...

"저 여기 오기 전에 채용박람회 갔었는데요.. 그때 선물 엄청 많이 받았어요! 거기 가면 연필, 볼펜, 에코백 다 주더라고요. 전 그거 받으러 다녔어요"


해맑게 웃는 그 친구를 보며... '우리는 지금 그걸 제작할 시간이 없단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좌절!!!!ㅠㅠ


그렇다. 홍보를 할 거면 홍보물로 유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그러기엔 홍보물 제작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 홍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백설공주가 생각이 났다(지금도 왜 그게 떠올랐는지 의문이다).


구글 창에 백설공주를 검색해봤다. 가장 먼저 뜨는 건 사과를 문 백설공주!

그래!!! 사과다!!


사과라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구직자들도 면접 보러 돌아다니며 허기지고 입이 심심할 테니 이걸로 유인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욕조속에서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처럼 책상에 앉은 나는 디자인 콘셉트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사과... 먹는 사과 말고 단어적으로의 사과는 무슨 뜻을 품을 수 있을까?

이중적 의미로 풀어내면 재밌을 것 같은데....


 

이렇게 노트에 끄적끄적 카피를 적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기업 이제 나타나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 좋은 당신 못 알아봐 죄송합니다"

이렇게 끄적거리다가 카피를 들고 이사님을 찾아갔다.



"이사님 알다시피 저희가 홍보물이 없잖아요. 내일 근처 마트에 가서 사과를 사서 거기에 회사 스티커를 붙여 나눠주면 어떨까요? 구하기도 쉽고 이중적 의미가 들어있어서 재미도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제가 카피도 생각해봤는데요.. 사과 이미지를 전단 앞면에 넣고요.. 카피를 이렇게 넣으면 어떨까요?"


너무 신난 나머지 이사님께 카피를 써 내려간 노트를 보여드렸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우리가 잘못해서 사과하는 거 같은데 부정적이지 않을까요?"

"앗! 그렇게 들으니 그렇게도 보이네요...ㅠㅠ"

"더 생각해봅시다! 사과 아이템은 좋은 거 같네요"



자리로 돌아와 요즘 유행하는 카피가 무엇인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에 눈에 들어온 건 그 당시 개그콘서트의 유준상이 하던 말..

"~~ 안 죽어요~!"


 

그래! 이거다!!


 

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고 최대한 위트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카피를 생각하던 중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패러디해서 누구나 쉽게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성한 최종 카피    (스타트업) "덥썩 물어도 안 죽어요!"


 

바로 달려가 이사님께 얘길 했더니 좋다는 반응을 얻었다.


 

하하! 신난다!!

 




스타트업! 덥썩 무세요! 지금이 기회예요!

성공하면 대박! 망하면 쪽박!인 스타트업. 나도 몇 달 전엔 구직자였으니 구직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구직자들이 염려하는 부분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불안하고 힘들 거라는 편견은 그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탄탄하게 성장 중인 케이앤컴퍼니에서 새 식구를 찾습니다. 현장 면접을 보시는 분께는 이번 기회 덥썩 물으시라는 의미로 꿀사과를 드립니다. 케이앤컴퍼니에서 새롭게 도전해보세요! :)'


사과는 직접 구매를 하여 촬영도 하고 물어서도 찍어보고 했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사과는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색감이나 형태가 예쁘지가 않았다. 

(내 사진 기술의 문제이기도...ㅠㅠ)

 

별수없이 이미지사이트의 힘을 빌어 탐스럽고 예~쁜 사과 이미지를 찾아 전단 앞면에 크게 배치하였다. 그리곤 덥썩 물어도 안 죽어요.라는 카피와 함께 설명글을 디자인하였다.

 


전단의 앞면디자인. 탐스러운 사과를 메인으로 놓고 카피가 잘 보이게 디자인하였다.
뒷면은 각 부서별 채용공고를 정리하였다.



덥썩무세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처구니 없게 백설공주로 시작되어 개콘으로 끝난 전단 컨셉.

현장분위기는?




면접자들이 끊이질 않았던 부스 현장



결과는?

대호황이었다!


100부 프린트 해갔던 전단이 모자라 현장에서 추가 100부를 더 복사를 하고 사과는 불티나게 팔렸다. 덥썩물으라는 의미로 면접 후 사과도 준다고 홍보했더니 구직자들도 호감을 보였다. 타부스 관계자들은 구직자들이 자꾸 사과를 들거나 물고 있으니 궁금해서 부스를 기웃거리기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과로 유인책은 그야말로 대성공!!


물론! 전단지 들고 "이 기회 덥썩 물으라고 사과드립니다!!" 라고 외치며 홍보한 내 덕도 있지만^^;(이럴땐 철면피라 낯도 안가리고 잘 돌아다닌다..ㅎㅎ)


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진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배웠던 이번 취업박람회.

결과는 40명의 지원자를 받아냈으며 그 중 3명은 입사로 이어져 현재까지도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는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내 손에서 태어난 콘셉트로 내가 준 전단과 사과를 받고 입사까지 이어진 세 친구. 더 이쁨은 말할 나위없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번엔 삽질의 여왕이 아닌 컨셉의 여왕!!

삽질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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