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충돌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

by sonobol




서론: 디지털 화폐 질서의 분기점


2025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사실상 금지하는 동시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행정명령으로 연준의 CBDC 추진을 금지했고,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기본법(GENIUS Act)에 서명해 민간 주도의 달러 디지털화를 제도화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유로와 MiCA 규제를 양축으로 공공 인프라(CBDC)를 강화하면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엄격히 제한하는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e-CNY)을 대규모 파일럿으로 확대하며, 역내·역외 결제망을 위안화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이처럼 각국은 디지털 화폐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통화 주권과 글로벌 금융 패권 경쟁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1. 이해관계의 충돌: 공공 vs 민간


중앙은행의 이해관계


중앙은행이 CBDC를 추진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통화 정책 강화: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확보해 금리·유동성 조절을 정밀화.


금융 안정성 제고: 위기 시 은행 시스템을 우회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채널 확보.


결제 효율성: 현금 발행·유통 비용 절감, 국경 간 결제 속도 개선.


통화 주권 수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견제.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이해관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목표는 혁신과 시장 선점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 USDT, USDC는 이미 디파이와 글로벌 암호자산 거래의 핵심 결제 수단.


혁신적 금융 서비스: 자산 토큰화, 탈중앙화 대출·결제 등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저비용·고속 거래: 국경을 넘어서는 송금·결제에서 은행 대비 압도적 효율성.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 초기 사용자 기반을 활용한 플랫폼 패권 강화.



CBDC가 국가의 공공성을 앞세운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혁신과 편의성을 앞세운다. 이 근본적 가치 충돌이 바로 오늘날의 화폐 전쟁을 이끌고 있다.



2. 규제 전쟁: 각국의 상반된 선택


미국 – 스테이블코인 육성, CBDC 차단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강화의 도구로 삼는다. GENIUS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금을 미국 국채·현금으로만 제한, 그 결과 발행사들이 대규모 국채 매입자로 떠올랐다. 이는 국채 수요 안정판을 만들면서 달러 디지털화를 민간에 위탁하는 구조다.


유럽 – CBDC 우선, 민간 엄격 규제


EU는 MiCA 규제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강력한 1:1 준비금 요건과 상환 의무를 부과했다. 동시에 디지털 유로를 법정화폐로 자리매김시키며, 역내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을 우선시한다.


중국 – 국가 주도 디지털 결제망


중국은 민간 암호화폐 결제를 사실상 금지하고 e-CNY를 국가 주도 결제 인프라로 확대했다. 이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이자, 서방 금융망(SWIFT)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신흥국 – 금융포용성 실험


인도, 나이지리아 등은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병행 실험하며, 금융 소외 계층을 디지털 결제망에 편입시키려 한다. 그러나 외환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3. 시장 패권 경쟁: 디지털 달러 vs 디지털 위안 vs 디지털 유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디지털 화폐지만, 시장 패권을 두고 접근 방식은 다르다.


CBDC: 국가 신용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공 인프라형 화폐.


스테이블코인: 민간 신뢰와 준비금을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개방형 화폐.



오늘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총의 90% 이상이 달러 기반이며, 이는 사실상 “민간 주도의 디지털 달러화”를 의미한다. 반면 EU와 중국은 CBDC로 이를 견제하며 다극화를 모색한다.


특히 중국의 e-CNY는 ‘일대일로’ 참여국 결제망에 통합을 시도하며, 미국의 달러 토큰과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4. 충돌과 공존 시나리오


충돌


CBDC 확산이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잠식.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주류화가 CBDC의 정책 효과를 약화.


각국 규제가 달라 국제 결제망이 단절될 위험.



공존


하이브리드 모델: CBDC 인프라 위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운영.


CBDC 연동 스테이블코인: 특정 CBDC와 1:1 연동된 민간 토큰 허용.


상호운용 표준화: 국제 네트워크에서 CBDC·스테이블코인 간 교환 가능성 확보.




5. 전망과 시사점


1. 국제 거버넌스 필요성: IMF·BIS 주도의 기술·규제 표준화가 필수.


2. 기술 인프라 경쟁: 보안성, 확장성, 상호운용성이 승부처.


3. 민관 협력 모델: 도매 CBDC + 소매 스테이블코인 분업 구조가 유력.


4. 지정학 변수: 미국은 민간 주도 달러 패권, EU는 공공 인프라 방어, 중국은 디지털 위안 확산으로 맞서고 있다.




결론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충돌은 단순한 결제 수단의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통화 주권과 글로벌 금융 질서 재편을 둘러싼 새로운 화폐 전쟁이다. 미국, EU, 중국이 각기 다른 해법을 택하며 세계는 다극적 디지털 통화 체제로 향하고 있다.

결국 승자는 기술·규제·네트워크 효과를 동시에 장악하는 주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이 균형을 이루는 협력적 공존 모델이야말로 금융 혁신과 안정성을 함께 보장하는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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