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웨이브리지 May 11. 2021

당신은 누군가의 키다리 아저씨이다.

[10년 후 더 빛나는 책]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지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선의의 영향을 주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며 그가 잘 되길 기도하고, 행여 잘못될까 미리 선로를 바꾸어서라도 그가 꽃길로 걸어갔으면 한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는 지금부터 110년 전인 1912년에 발행되었다. 주인공 쥬디(제루샤 애벗)가 대학에 입학해서 4년 동안 성장하는 이야기를 단방향의 편지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내용은 정제가 되어 있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방황 속에서 자립해가는 젊은이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학비와 함께 매달 35달러(현재 가치로 100만원)를 지원하며, 가끔 쥬디를 보고 싶어하는 자기 욕심을 살며시 보이지만, 쥬디가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계속 지지해 준다. 

 


매 순간을 즐기는 자신을 자각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조금은 힘들 때 두세 시간 '키다리 아저씨'를 읽는 것으로 힘이 난다. 쥬디는 ‘보물섬’과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쓴 소설가 스티븐슨(Rover Louis Stevenson)을 동경하고 소설가의 꿈을 실천해 나간다. 스티븐슨은, “세상에 수많은 것들이 넘쳐나니, 우리는 모두 왕처럼 행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쥬디는 작은 것에서부터 큰 행복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하며, 농사를 짓듯이 매일 매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한으로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며 사는 것'이다.


쥬디의 편지를 읽으며, 처음 만나서 서로가 알아가는 백일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서먹하게 인사로 시작하여,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고, 나중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가 낯 간지럽다. 백일이 되었는 데도 여전히 사랑한단 말은 수줍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은 나의 키다리 아저씨입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내가 뭘 했다고...' 겸양스럽게 한 발 물러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겠다고 다시금 마음을 먹게 된다.


며칠 전 갑자기 생각나서, 은퇴하신 선생님의 텃밭을 아침에 찾아 갔다. 아침 일을 시작하려고 장화를 신고 계시던 선생님이 환하게 웃는다. 돌아오는 길에 직접 재배했다며 돌미나리와 참두릅 한가득 밀어 넣어 주신다.


그는 나의 키다리 아저씨이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이전 06화 그래. 재밌게 살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