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더 빛나는 책] 너만의 길을 가라 (프랜시스 타폰 지음)
내다 버린 300권의 무더기에서 다시 들고 온 한 권
서재에 가득 차 있던 300권이 넘는 책을 쓰레기장으로 옮겼다. 읽은 후 감명을 못 느꼈거나, 단편적인 자기 계발, 그리고, 지난 5년간 손 한 번 안 된 책들이었다. 작은 미련이 남아, 다음 날 아침 쓰레기장에 가 봤더니, 눈에 띄게 한 권 ‘화폐의 몰락’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쓸모가 있었나 보다. 그리고, 매몰차게 뒤돌아 서기 전에 혹시나 하여, 뒤적여 봤더니, 트래킹을 통해 느낀 인생관을 다룬 ‘너만의 길을 가라’가 보인다. 10년도 전에 트랙킹과 관련된 이 책을 첫 몇 페이지 끄적이다가 그만둔 기억이 난다.
3,489km에 이르는 미국 메인주의 캐터딘산에서 조지아주의 스프링어산에 이르는 애팔라치아 트레일을 111일 동안 걷는 내용이다. 3,489km는 5백만보의 걸음에 해당한다. 보통 성인은 7km를 만보에 걷는다. 하루에 30km 정도를 4개월 정도 꾸준히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긴 트레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전환기를 꿈꾼다. 직장을 다니거나 학생의 경우, 이 정도 시간을 빼기는 불가능하다. 우리네 경우, 잘해야 2주. 2주 정도의 시간이면 떠 오르는 것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450km 구간이 가능하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발견하라.
그러나, 저자인 프랜시스 스타폰은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애팔라치아 트레일과 같은 장거리 트래킹에 도전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경험한 사람들에게 먼저 배우고, 인터넷에서 충분히 정보를 검색하고, 그것을 디딤돌로 하여, 가능한 시작점을 높이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분야의 일, 전문 분야, 스포츠 기록은 시작하기 전에 이전에 경험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토대 위에서 시작해야지, 무턱대고 덤비어 밑바닥에서 시작해서는 중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애팔라치아 트레일을 완주한다고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3,489km를 완주하였다 해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종주하는 순간, 그 순간의 감동은 클 수 있다. 박수 세 번 치며, 스스로에게 “잘했다. 재미있었다.”이면 그만이다.
우리는 어려운 도전 목표를 달성하여 성과를 내기도 하고, 또한 실패하기도 한다. 애팔라치아 트레일을 하고 나니, 그 뒤에는 눈 앞에서 벌어지는 흥망성쇠가 대수롭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이 말했듯이, 시간의 영겁과 우주 공간의 광막함 속에서 바라보면, 먼지 크기의 공간(pale blue dot)에서 지금 찰나의 순간을 재미있게 보내면 된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들
110일 동안 걸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걸을 때는 단순하다. 딱 세 가지만 생각하게 된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잘 찾아가는 것, 오늘 뭐 먹지? 그리고, 어디서 잠을 잘까, 걷는 내내 단순한 생각이 계속된다. 드디어 해가 지고 잠을 준비할 때, 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바라보며, 생각과 대화가 시작된다. 근원적인 질문을 이 때 하게 된다. “내가 지금 잘하는 걸까?”, “나는 왜 살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지금 잘하는 걸까? 재미있어?
지금 걷고 있는 여정이 재미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재미있으면 계속 가는 것이고, 재미가 없다면 그만두면 된다. 다만, 이 여정이 변경할 수 없는 큰 여정이라면, 변곡점을 중간에 추가로 만들어 여정을 계속하든지, 만약 짧은 기간을 견딘 후에 그 열매가 보장되는 작은 여정이라면 잠깐 참아보자.
왜 살까?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사회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사는 것인가? 달라이 라마의 ‘행복의 기술’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확하다.”
“I believe that very purpose of our life is to seek happiness. That is clear.”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내 안의 열정,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21세기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에 파묻혀서, 자신의 열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존경하는 인물도 없이 살아간다.
내 안의 열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돈에 제약이 없다면, 무한대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과 열정을 이루는 데,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리스트 해 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 운동과 건강, 관객 앞에서의 공연, 세계 일주 또는 화성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열정은 소유보다는 가능한 경험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가진 무형의 재산을 공유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저자는 하지 말라고 하는 데, 책을 읽는 내내, 가까운 곳에 있는 트랙킹 루트들을 찾아본다. 어느새 등산화와 재킷을 주문하고 오늘은 남산 둘레길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친구가 내일 저녁에 만나자 한다. 친구에게 내 맘이 전해지길 바란다.
그래. 재밌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