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석류 박사, 언론 인터뷰]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서울문화투데이 Culture Interview_0515

by 장석류

MZ세대가 공무원을 기피하는 시대. 매년 수험생은 줄고 퇴사자는 늘어난다. “내려놓는 법을 모르는 중간 관리자들”, “말로만 소통하라는 윗선”, “주도성 없는 하향식 업무 지시”—요즘 공공조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좀비’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것은 단지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조직 그 자체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 즉 ‘문화’에 있다.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한 책이 있다.

장석류 교수(국립인천대 문화대학원 교수(예술경영·문화행정학자(행정학Ph.D), 칼럼니스트)의 신간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다.

“바보야, 문제는 조직문화야!”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 한마디는 책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행태의 좀비화’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공공조직이 겪는 구조적 무기력과 비효율, 책임회피의 실체를 정면으로 짚는다. 이 책은 단지 진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춘천’과 ‘영도’라는 두 지역 문화도시센터의 실제 사례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반드시 좋은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설득력 있게 펼쳐나간다. 어떤 조직이 단지 똑똑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는 건강한 일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때, 비로소 공공조직이 시민과 연결되는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2024, 세종도서 선정)가 문화행정 현장에서 벌어지는 직업정체성과 가치 충돌을 해부하며 ‘진단서’에 가까웠다면, 이번 책은 ‘처방전’의 성격이 강하다. 저자는 실제 조직 구성원과의 인터뷰, 행동 리서치, 워크숍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변화의 원리를 ‘톱니바퀴’에 비유한다. 조직문화와 구성원의 일하는 태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그 조직은 ‘복리의 마법’처럼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다. 학술적 개념과 실증적 데이터에 기반을 두되, 그것을 ‘서사’의 힘으로 풀어내는 능력은 장석류 교수만의 강점이다. 연구자이면서 영화 연출 전공자이기도 한 그는, 이번 책에서도 ‘이야기’라는 언어로 독자와 만난다. 독자가 울컥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책의 문체를 ‘등불과 지팡이를 들고 길을 안내하는 태도’로 표현한다.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고민하는 공공조직의 리더와 실무자에게 옆에서 조용히 “이 길도 있습니다”라고 말 걸어주는 책이다.


장석류 교수는 책 출간 이후 가장 효과적인 변화 방식으로 단순한 특강이 아닌 조직 단위의 워크숍을 꼽는다. 특히, 조직문화 진단 도구와 책의 공동 독서를 병행하며 구성원 간 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에서 실질적인 변화 가능성이 확인됐다. 핵심은 구성원이 ‘함께 바뀌고 있다’는 경험을 실감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인정욕구와 주도성을 회복하고, 중간 관리자에게는 신뢰 기반의 위임이 작동하며, 조직 전체에는 ‘일하는 보람’이 인센티브로 돌아간다. 작고 구체적인 실천에서 시작된 변화가 결국 조직문화 전체를 움직인다.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사과나무미디어, 250p, 19800원)

조직은 결국 함께 일하는 곳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팀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는 일과 삶의 균열을 조직 안에서 감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지도를 건넨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이 지치는 것”이라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어줄 것이다. 현재 장 교수의 책은 주요 서점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으며 판매가 되고 있다. 장 교수는 오는 6월 13일 오후 7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가 열릴 예정이다. 북토크를 앞두고 장 교수와 사전 인터뷰를 가졌다.


(북토크 신청 링크) https://forms.gle/g6gwaYxSbZRNDWDe9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를 출간하셨습니다. 출간 이후 좋은 반응을 보이는데,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번 저서는 “바보야, 문제를 진짜 해결하려면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변해야 해!” 그렇다면 '현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에 관한 책이에요. 조직마다 ‘정착된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 있어요. 이 조직은 이렇게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데, 저 조직은 저렇게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책에서 많은 부분 다루는 이야기는 행정조직에 정착된 ‘행태의 좀비화’ 서사예요. ‘행태’는 행정이 행동하는 모양, 실행의 태도, 집행의 법도를 의미해요. 행태가 좀비화된 조직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어도 문제해결이라는 골(Goal)을 넣기 힘들어요. 골대가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행태의 좀비화’는 관료주의와 상명하복의 잔재, 형식에 갇힌 비효율과 집단적 무기력, 진짜 고객에 대한 무관심과 책임회피, 야누스적인 현장에 대한 ‘갑의 얼굴’과 상위조직에 대한 ‘을의 얼굴’, 동기부여의 결핍과 구성원의 낮은 자존감 등의 특성이 있어요. 이런 조직에 있으면, 《신곡》의 단테처럼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2년간 진행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공공조직 ‘행태의 좀비화’ 이유와 맥락을 보여주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안내하고 있어요.

▲저자 장석류 교수(가운데)와 출간 이후 강승진 전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센터장(좌), 고윤정 전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이 함께 자리했다.

책의 부제가 ‘춘천×영도 문화도시 인사이트’에요. 많은 공공 행정조직이 ‘행태의 좀비화’ 문제를 겪지만, 긍정의 관점에서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조직과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 책에서 다루는 조직은 춘천 문화도시센터와 부산에 있었던 영도 문화도시센터라는 조직입니다. 이 책의 가설은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는 조직의 이면에는 좋은 조직문화가 있다.’에요. 잘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두 조직은 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최근 몇 년 동안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곳이었어요. 두 조직을 보면서 지역의 작은 공공조직이 ‘어떻게 이런 태도와 방식으로 일할 수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였어요. 관료주의와 이기심, 사악함과 책임회피가 별로 없었고, 안전함과 서로의 성장을 돕는 무수히 빛나는 별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어요. 문학평론가 고영직 선생께서 책을 읽고 가수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이 생각난다고 하셨어요. 책을 읽었던 독자 중에 울컥했다는 얘기를 해주는 분이 많았습니다. 삶이란 결국 ‘내 사랑이 필요한 존재와 연결’될 때, 내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생각해요. 조직도 우리가 필요한 존재와 연결될 때, 그 미션을 완수하고 비전으로 향하는 항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조직의 리더였던 강승진, 고윤정 그리고 구성원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과 진정성을 품은 ‘일하는 태도와 방식’을 가지고 끈끈하게 연결되어 지역의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항로를 찾아 기꺼이 돛을 펼쳐 항해했어요. 그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2024년 춘천에서 열린 ‘춘천문화도시박람회’에서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센터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전작이었던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2024년 세종도서에도 선정되었고, 작년 한 해 예술경영·문화행정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였습니다. 이전 책과 이번 책은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면 될까요?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행정이 문화예술을 만났을 때, 좋은 행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로 다른 직업정체성을 가진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의 차이를 규명해 보고,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어떻게 부딪히고 갈등하는지에 관한 연구였어요. 작년 한 해 50회가량 강연 요청이 있었고,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그렇게 만나고 나면, 늘 이 문제가 남았어요. “우리 조직의 행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날카롭고 뼈아프게 들었습니다. 아프지만 속이 시원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판적 관점에서 자성하고, 방향성의 변화만 얘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동료의 마음으로 정부 조직,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MZ 세대를 지나 알파 세대가 오고 있는 개인의 시대에 공공행정 조직은 어떤 태도와 품성으로 일해야 할까?라는 방법론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진단이 아닌 ‘처방의 관점’에서요. 그래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가 진단에 치중했다면,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는 ‘건강한 행태를 가진 조직’으로 갈 수 있는 처방에 더 방점을 둔 저서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좋은 조직문화, 건강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처방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조직도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도 조직이 필요해요.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유명한 저서 'PRINCIPLE 원칙'에서 조직을 ‘문화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로 정의를 해요. 맞물려 있는 두 개의 톱니를 상상해 보세요. 왼쪽에 있는 톱니인 조직문화는 나와 조직원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영향을 줘요. 오른쪽에 있는 톱니인 나와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과 태도도 조직문화에 영향을 줘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개의 톱니가 어떤 서사로 맞물려 있냐는 거예요. 좀비화된 사람은 뒷담화를 통해 조직문화의 좀비화를 강화하고, 좀비화된 조직문화는 새롭게 들어온 사람도 좀비로 만들고 사업의 과정과 결과도 흐릿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좋은 조직문화라는 톱니를 가진 곳은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계속해서 끌어 올려주고, 사업의 결과도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게 해요. 춘천과 영도의 사례도 보면 개인의 역량이 다른 조직에 비해 탁월했다기 보다, 좋은 조직문화라는 톱니가 구성원 개개인들과 맞물리면서 일과 사람이 함께 우상향하며 ‘복리의 마법’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나쁘게 ‘정착된’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이어지게 돼요. 이건 마치 개인 차원에서 삶의 변화를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어요.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개인과 개인 간의 불편한 관계와 경직된 조직의 공기를 잘 풀어본다는 차원이 아니에요. 그래서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때, ‘사람은 잘 안 변한다’라는 전제를 가져오면 안 돼요. 그러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게 되거든요. ‘조직문화’는 개개인이 가진 일하는 방식과 태도의 단순 합산이 아니라, 이 조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 도달하고자 하는 비전, 권한과 위임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전제, 중요하게 여기는 일하는 태도와 방식’이라는 톱니바퀴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함께 합의하고 만드는 거예요. 좋은 조직문화라는 톱니바퀴가 구성원 개인들에게 제대로 물리면, 일과 함께 조직도 사람도 성장하게 할 수 있어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싶을 때 중요한 것은 단체 줄넘기를 하듯 구성원이 ‘함께 변화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함께 변화할 때’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해요. 인간이 가진 본성인 인정욕구의 충족, 젊은 세대일수록 강점을 끌어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나의 일이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효능감, 서로의 성장을 돕는 다정한 동료애 등이 인센티브로 작동되어야 해요. 책에서는 두 조직이 갔던 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센티브가 어떻게 작동되어 좀 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그 길을 안내하고 있어요.


- 이번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 도전하고 싶었던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과제는 문체였어요. 문체는 제가 독자와 만나는 태도를 어떻게 취할까? 에 관한 고민이었어요. 힘든 조직문화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업계의 리더들과 이곳에 몸담은 분들을 생각했어요. 이분들이 제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등불과 지팡이를 들고 2년 동안 연구한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제가 탐색했던 ‘행태의 좀비화’로 고통을 겪는 조직에서 좀 더 좋은 조직문화로 가는 길을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말하듯 얘기하는 태도를 선택했어요. 두 번째 과제는 스토리였습니다. 저는 학자, 연구자(Researcher)라는 직업정체성이 있지만, ‘연구 결과’를 서사(narrative)에 실어 소통하는 스토리텔러를 지향하고 있어요. 학부에서는 영화 연출을 전공했는데, 그 기질이 남아 있고 리서치×스토리텔링을 같이 사용하는 게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스토리는 통계나 주장의 방식보다 힘이 강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어떤 서사를 가지고 전할까에 대한 과제와 도전을 즐겼던 것 같아요.


- 좋은 조직문화를 갖고 싶고, 만들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책이 출간되고 나서 특강도 하고 워크숍 진행도 해보았어요. 특강의 방식은 조직 전체에 좋은 조직문화에 관한 개념을 잡고 마인드셋을 환기하기는 좋았지만, ‘조직행태의 변화’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았어요. 가장 효과가 있었을 때는 실제 우리 조직의 ‘조직문화 건강검진’을 해서 그 데이터를 함께 공유하고, 이 책을 공통으로 읽은 상태에서 ‘우리가 정착시키고 싶은 조직문화’를 협의하고 이를 함께 행동에 옮겨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어요. 비전과 골(Goal)을 설정하는 일, 조직(팀)의 정체성과 본질에 관한 가정과 전제에 대한 합의, 권한과 위임을 사용하는 방식과 태도에 관한 설정, 사람(人)과 일(事)이 만나는 방식에 대해 정착시키고 싶은 방식의 설정,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태도의 합의, 고객의 수요를 읽어내는 일하는 방식, 외부 협력자(사)와 일하는 방식 등 새롭게 정착시켜야 하는 조직문화의 원칙과 전제를 하나씩 구축하는 일이에요. 구성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하면, 앙상한 가지 같았던 조직문화에 연두색 잎이 나기 시작하고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커지게 됩니다. 비전이라는 빛이 보이고, 가슴에도 비전과 교감하는 별이 하나씩 박히게 되죠.

그런데 보통 이런 사례를 얘기하면 이런 얘기가 돌아옵니다. 우리 조직의 리더는 “이런 데에 관심이 없어요.” 저를 찾는 조직의 리더들은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경영의 핵심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관심이 덜하다면, 작게는 팀 단위 혹은 두세 팀 짝을 지어 시도해 보셔도 좋습니다. 몇몇 팀이 변하면, 그 힘이 결국은 다른 팀에도 영향을 주고, 조직 전체의 조직문화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런 시도에서 허들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리더들이 자신의 취약함을 들키는 것에 두려움이 있습니다. 책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좋은 조직문화의 첫 관문은 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협력이 촉진돼요. 안전함은 서로의 취약함을 교환하고, 내가 다 잘하는 게 아니라는 전제가 통용될 때 가능해요. 저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좋은 조직문화’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그 길로 향할 수 있게 리더와 구성원을 조력하는 것입니다.

- 첫 번째 책인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가 2024 세종도서에 선정되기도 했고, 벌써 3쇄까지 나오게 된 것도 축하드립니다. 이에 대한 소회를 밝혀주신다면요?

먼저 책을 사고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3쇄에서 2천 권을 주문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팔렸어요. 가장 많이 받았던 피드백은 번역서가 아닌 ‘우리 현실이 반영된 책이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책이 확장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직업정체성이 다른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이라는 렌즈로 나와 협력이 필요한 다른 집단을 바라보는 관점이었어요. 이게 꼭 문화예술 영역이 아니더라도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이쪽과 저쪽을 이해하는 렌즈가 되었던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광고 기획사, 학교, 병원에서 근무하거나 군인이나 경찰 조직에 계신 분들에게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241


- 벌써 다음 저서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연구와 집필을 계획 중이신가요?
다음 연구는 공공 문화행정의 토대 위에서 특히 ‘미학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연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좋은 공연과 전시를 꾸준하게 내는 공연장과 미술관, 혹은 좋은 결과를 만든 창작 지원과 투자를 하는 조직의 이면에 어떤 의사결정의 내러티브가 있고, 그 의사결정은 어떤 조직문화의 토대 위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밀도 있게 살펴보는 연구에요. 3년 정도 생각하고 있고, 핵심 사례로 염두하고 있는 조직과 사람들이 있어요. 2편의 논문과 단행본 《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를 결과물로 내면서, ‘좋은 시리즈’ 3부작을 완성하고 싶어요. 예술경영과 문화행정 분야에서 번역서가 아닌 한국의 현실을 담아낸 실전 경영·행정서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끝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공공조직마다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어요. 행정조직은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게 숙명이어서 조직마다 내전의 역사가 있고, 서로를 찔렀던 아픔들이 있어요. 상처는 아물어도 마음속에 흉터는 남아 있어요. 그 흉터가 어리석음을 만들어 기생충처럼 서로를 갈아먹는 뒷담화를 창궐하게 하고 어차피 ‘우리는 안돼 전염병’이 도는 곳이 많아요. ‘나는 괜찮은 사람’이지만, ‘우리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며, 나도 안 변하는 거예요. 못 변한다고 변명하면서요. 그래도 변화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길이 있어요. 방법이 있어요. 책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일을 통해 만족을 느끼려면 나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존재와 연결되어야 해요. 그걸 하기 위해 조직이라는 배가 만들어졌고, 우리가 함께 항해하는 것입니다. 돛을 올리고, 별을 향해 함께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어보세요.” 우리끼리 하는 것이 어려우면, 저에게 연락해 보세요. 조직은 일하는 곳이고, 혼자가 아닌 함께 일하는 곳입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곳은 높은 확률로 좋은 사업의 결과가 꾸준히 따릅니다. “바보야, 문제는 조직문화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3329003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16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도와 춘천이 들려주는 '사람 냄새'나는 조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