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류의 예술로(路)] 2025.06.19
질문이 자라지 못하는 침묵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요인
질문은 관심이라는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반면 관심은 있는데, 질문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답답함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관심이 사그라들고 결국은 질문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까요? 그건 바로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는 ‘침묵’으로 둘러싸이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마치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위험에 놓일 수 있습니다. 가령, 회의 중에 리더의 발언을 들으며 ‘이 방식은 위험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거나, 다른 부서의 부서장이 말할 때 ‘저건 사실과 다른데’라고 느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때, 좀비화된 조직문화 토양을 가진 곳은 질문이라는 싹은 죽어 있고 침묵만 무성하게 자라 있어, 위험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지 않습니다. 제가 공공조직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건강검진을 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충돌할 수 있는지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건강한 조직은 70% 이상 그렇다고 답변하지만, 좀비화된 조직은 70% 이상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나 관행에 침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조직 구성원의 ‘침묵’을 키우는 주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조직 심리학의 거장 에드거 샤인은 리더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채 질문하지 않고, 무례하게 ‘단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조직의 침묵’을 확산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단언’한다는 것은 단호하게 얘기한다는 의미보다 자기 생각과 의견만 일방적으로 얘기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람은 보통 ‘내가 더 많이 알고, 내가 아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회의를 준비할 때, 본인이 지시할 사항 위주로 정리를 합니다. 회의가 시작되면 점유율 80% 이상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단언하며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렇게 되면 주변은 점점 침묵하며 수첩에 메모만 하게 되지요. 단언하는 리더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위험해져도 아무도 솔직하게 문제를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질문의 태도
하나의 상황을 가정하겠습니다. 우리 조직에 새로운 리더가 왔습니다. 당신은 우리 조직 홍보 담당자로 비교적 오랜 기간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새로운 리더가 나와 첫 미팅을 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OOO 님은 우리 조직에서 홍보 관련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홍보를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OO님 의견을 잘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략과 방식으로 홍보를 다뤄야 할까요?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이고,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보고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언제쯤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이 리더가 홍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무시하는 마음이 클까요, 아니면 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필요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준비해 이 리더와 다시 만나고 싶을까요? 조직에서 대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 코칭을 할 때, 이 상황을 예로 들면 대체로 후자의 마음이 들었다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덧붙여, 이런 태도로 질문을 던져주는 리더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좋은 질문은 상대의 발언을 끌어내고, 방안을 끌어내고,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냅니다. 좋은 질문은 문제를 직시하게 하고, 내가 생각하는 사실을 얘기해도 괜찮을 거라는 안전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데 일조하게 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핵심 요령은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얘기를 듣다가 이렇게 또 묻습니다.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한쪽에서 눈빛이 흔들리며 듣고만 있는 사람을 보면서, “(미소를 보내며)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분은 없나요? OO 님 생각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얘기하는 것을 듣다가 또 묻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사례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듣고, 또 묻습니다. “반대 의견 없으신가요? (모두가 동의한다고 하면) 모두가 찬성하는 의견은 있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과 반대되는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질문하고, 생각을 모아가는 과정을 거치면 리더가 답정너가 아닌 의사결정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의 태도는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게 하고, 여러 가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창의성과 가능성을 촉진합니다. 우리 조직에 ‘정착된 대화의 방식과 태도’는 무엇가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시 사항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질문을 어떤 태도로 던질 것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힘은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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