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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X문화기획 질문력 키우기

질문력을 가지고 인문매개 문화프로그램 기획하기

by 장석류

* 이 강의는 (제가) 한국도서관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인문매개인력 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권역 도서관 사서님, 인문 활동가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S#1. 인문 프로그램 기획자의 질문력 키우기

제가 인문 프로그램 기획력을 리딩하기 위해 사용할 핵심 원리는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저는 보통 2~3년 단위로 큰 질문을 하나 품고, 그 질문을 기반으로 작은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는 흐름에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며 지내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칼럼, 저서, 논문 등을 출산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동시대 사람들과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삽니다. 과거에 했던 질문의 탐색이 현재를 살게 하고, 현재에 던지는 질문이 미래를 만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질문하는 힘’과 ‘기획력’의 관계성에 관한 핵심 원리에 대해 몇 가지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질문(質問)이란 무엇일까요? 질(質)은 바탕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본질(質)'은 본래의 바탕, 성질, 모습이라는 의미가 있지요. 문(問)은 '묻는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질문은 본질 묻는 것입니다. 질-문은 본을 알기 위해 문(門)으로 들어가는 입구(入口)에 서는 것이죠. 최진석 교수는 "질문하는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이고, 건너가기 위해서는 대답 대신 질문을 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건너가고 싶나요? 인문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은 건너가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기로 말입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674

이 칼럼은 창작 예술인을 만나는 행정의 태도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인문 문화기획을 하는 기획자도 어쩌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저기로' 건너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이 징검돌이 되는 것이죠. 당신은 어떤 질문(質問)을 가지고, 어떤 삶의 강을 건너고 싶은가요?


우리가 질문을 한다는 건 그 질문과 관계된 사람, 자연, 사회 혹은 국가 등에 ‘연민과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왜 생겼을까? 그런데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문의 힘’은 왜 필요할까? AI가 발달해도 인간의 '본질(本質)'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은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나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강을 건너고 싶을 때, 어떤 '인문의 힘'이 필요할까? 그 인문의 힘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건너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네이버 마케터로 일했던 <질문있는 사람>의 저자 이승희는 "질문은 고민에 방향성을 부여해요, 고민은 명사이고 질문은 동사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저기로 건너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질문력(質問力)은 질문의 기술적인 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력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의 힘에서 출발합니다. 기획자는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입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분야의 통찰을 가지고 <기획자의 질문법>이라는 저서를 쓴 한성희는 "기획의 시작에는 늘 질문이 있다. 끝까지 물을수록,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의 깊이가 곧 기획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라고 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681258

왜, 질문을 놓지 않아야 할까요? 질문을 놓지 않았다는 것은 풀고 싶은 문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을 왜, 해야 할까요? 여기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저곳으로 가기 위해 ‘질문이라는 다리’를 던져서 가설도 세우고, 데이터도 분석하고, 사람들의 이야기(Voice of Customer)도 살피면서 전진하는 것입니다.


S#2. 기획자의 질문력과 창의력

제가 좋아하는 학자 애덤 그랜트는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창의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96079


제 저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에서도 행정의 영역에서 '해적 마인드'로 독창성을 가지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한 조직문화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의력에 대해 앞서 언급한 최진석 교수께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인간 삶의 근본 태도는 건강과 창의력입니다.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힘을 우리는 창의력이라고 합니다. ‘대답’은 건너가기를 멈춘 상태에서의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세계는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문제, 공동체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만났을 때, ‘인문의 힘’으로 그 문제를 마주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문학이 동시대성 획득하는 창의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 보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하는 강의, 워크숍에서) 우리는 인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요리사의 마음으로 이런 얘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기획(안)에 녹여져 있는 기획자의 욕구는 무엇인가요?”, “그 욕구는 동시대 어떤 문제를 직시하고 있나요?”, “이 프로그램은 무엇과 무엇을 매개하고자 한 것이죠?”, “이 연결은 왜 필요했고, 서로 간 어떻게 링크가 걸릴 수 있을까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욕망과 결핍이 있는데, 어떤 인문적 경험을 통해 사회·정서적 갈증을 해소하고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은 무엇일까요?" 혹은 "우리가 가진 어떤 통념과 가정이 이 프로그램의 전진을 방해할까요?”, “이 프로그램은 수요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적절한 방식으로 발신하고 있나요?” 등등을 묻고 답하면서 서로의 성장을 촉진할 것입니다. 해당 내용은 <질문의 길X인문문화 기획 빌드업(1,2,3,4)>라는 제목으로 다음 포스팅에서 구체적으로 안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3. 행정인 정체성이 강한 분들이 인문의 힘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

국공립 도서관에 오래 근무한 사서인, 그리고 공공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행정인 직업정체성이 강해집니다. 행정인 정체성이 강한 상태에서 인문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면 몇 가지 위험성이 있습니다. 행정 문서는 '관용어구'처럼 전형적인 양식과 틀이 있습니다. 이 양식 안에서 질문은 하지 않고, '목적'에 답하고, '일시'에 답하고, '장소'에 답하고, '강사 리스트'에 답하고, 지출결의와 행정 서류에 부대끼다 보면 나는 매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정의 섬'에서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판을 깐 것도 같지만 진짜 내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애는 썼지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경우도 생깁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281

행정을 잘한다고, 기획을 잘하는 것일까요? 우리 문화재단과 도서관에서 일을 잘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관료주의에 포획되어 '대답'만 하는 행정인이 될지 vs 행정을 아는 질문하는 기획자가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업을 계속해서 사랑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너무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정인 정체성이 강한 사람들은 ‘고객 중심’의 질문을 시장 영역에서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족(tribe, 部族)에 비해 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인은 ‘결재 라인’에 있는 고객의 욕구는 잘 파악하는 반면, 진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도서관, 재단 공간에 오랜 시간 붙잡혀 있게 되면 세상의 변화와 고객 수요와는 떨어져 있는 갈라파고스에 갇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고객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질문력은 행정의 관성과 관행, 그리고 방어적 태도를 뚫고 나갈 힘이 됩니다. 저와 함께 이번에 해보는 기획은 내 몸에 배어 있는 우리 조직과 행정이 가지는 수비적인 가정과 전제를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인문 프로그램을 펼쳐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780

함께 하는 강의, 워크숍에서 운이 좋다면 각자는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인문을 바라보는 관점, 대하는 태도, 하고 싶은 기획 프로그램에 대해 응원과 협력하는 동료, 이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각자는 자신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투입하게 됩니다. 큰 틀에서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강의와 워크숍 시간 동안 한 배를 타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함께 ‘좋은 인문 프로그램’ 기획을 공유재로 쌓아보자. 그러기 위해, 스스로 자율을 갖고 선택한 내가 하고 싶은 ‘인문 프로그램 기획’을 주도적으로 기획해보자. 이후 각각의 기획은 서로에게 인사이트를 줄 것이고, 동료를 만나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강의는 아래 포스팅으로 가시면 됩니다.


(다음 강의) https://brunch.co.kr/@ryujang2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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