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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18. 2019

취미하려고 회사갑니다

회사에 다니는 이유

퇴근하려고 출근합니다

[아무튼 술] 김혼비 작가의 말이다. 이 얼마나 신선한 발상이란 말인가! 퇴근하려고 출근하다니!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부터 사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지, 퇴근을 하려면 우선 출근부터 해야하는 거지.


취미하려고 회사갑니다

김혼비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취미를 위해 회사에 간다. 취미의 뜻을 검색해 보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이 말을 반대로 바꾸면 즐기지는 못하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된다. 그게 바로 회사 생활이다.


일상을 유지하려면 즐기지는 못해도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돈을 쓰니까. 물론 즐기며 취미를 하다보면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이지 시작이나 과정은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인 취미의 결과가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 오늘 취미를 하려면 회사를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요한 일만, 필요한 것만

내가 가진 취미는 요가, 요리, 베이킹, 차 마시기, 독서, 글쓰기 이다. 여러 취미들을 시도해본 결과, 이 여섯 가지 취미만 하기로 정했다. 적은 취미가 아니기 때문에 퇴근 후와 주말의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집안일이나 생필품 쇼핑, 장보기, 자동차 점검, 추나치료, 보험 처리 등등 생활에 꼭 필요한 일들을 생각해보면 취미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내 일상의 원칙은 '필요한 일만 하고, 필요한 물건만 사기'가 되었다.


필요한 일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덜어낼 수 없는 것이 '회사가서 돈벌기'이다. 일상을 문제없이 굴러가게 하고, 그 안에 취미를 단단하게 자리잡게 하려면 '돈벌기'는 중요하다.


돈벌기가 '돈벌기'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다.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적정량의 돈을 벌면서,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하고, 감정노동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여기서 불변의 조건은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이다. '월급'과 '하루 8시간 근무'는 조절할 수 없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되, 업무 시간 내에 모든 일을 마치고 칼퇴를 한다. 불필요한 감정소모는 하지 않고 흘려 보낸다. 효율성 관리와 동시에 효과성 관리도 필요하다. 효과성은 무난한 인사고과 관리이다. 회사에서의 돈벌기가 중장기적인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평가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회사에서 요구되는 간헐적인 야근, 출장, 감정노동은 수행한다. 이 여러 가지 변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한발 한발 걸어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묵하지만 잔소리 많은 아빠가 들으면, '또 부모 생각 안 하고, 아이 낳을 생각도 안 하고, 결혼해서 둘만 즐겁게 살려고 그런다."며 한소리 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리.


"너는 무엇으로 사니?" 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여지없이 "취미하는 맛으로 살아요." 일 것이다. 그러니 삶의 중심축이 취미가 될 수밖에.


오늘도, 내일도 취미하려고 회사갑니다. 취미하는 나를 위해서 매달 꼬박꼬박 돈을 벌고, 체력을 기르고, 집안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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