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회 걱정으로 과호흡이 커지기 전에 일찍 눈을 감았지만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잠을 자는 것 같았지만 밤새 뒤척거렸다. 내 설익은 잠 때문에 아내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내 몸짓 하나하나가 아내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잠을 설친 아내는 내게 이제 불면증 약까지 추가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처럼 얘기했고 나는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도 나도 내가 며칠 째 계속 잠을 깊이 자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생각하는 것은 내 컨디션이다. 지금 가슴은 답답하고 조이지 않는가. 숨쉬기가 편안한가. 오늘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가슴이 크게 조이는 느낌도 없었고 숨쉴 때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좋은 느낌이 들었다. 아내에게도 오늘은 좋은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아. 이 정도 컨디션이면 교회 갈 수 있겠구나. 안도가 되었다. 교회 옆에 주차공간 하나 비어 있으면 좋겠다. 저 아래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교회까지 걸어서 가는 것은 부담이 컸다. 엊그제 퇴사하는 날 6분 정도 거리인 역까지 걸어가면서 느꼈던 아득한 공포,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이 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건강겅진 결과 새로 추가된 갑상선저하증 약을 공복에 먹었다. 화장실로 갔다. 머리를 감기 위해 샤워기를 들고 쪼그리고 앉아 물을 틀어 머리를 적셨다. 샴푸를 살짝 묻혀 머리를 문지르며 거품을 내는데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며 호흡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건 뭐지?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 왜 그러는 거니. 화가 치밀었다. 호흡이 더 가빠지기 전에 머리를 어떻게 해야했다. 이 상태로 나가 누울 순 없었다. 대충 급하게 샴푸를 털어내고 나와 잠옷 차림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눕고 말았다. 과호흡이 시작된다. 침착하자. 호흡을 조절하자. 생각하자.
아침에 늦잠을 자서 아직 오전 약을 먹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인가. 아내에게 빨리 후르륵 먹을 수 있도록 아침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아침을 급하게 먹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신경안정제 3종세트를 먹었다.
호흡을 고르며 침대에 갔다. 밥 방금 먹었으니까 바로 눕지 마. 아내의 염려가 저 멀리서 아득히 들려온다. 등받이를 하고 벽에 기대었다. 잠옷을 입은 채로 과호흡을 계속 조정하며 고민과 갈등에 휩싸였다. 아, 안될 것 같다. 아내도, 교회까지 걸어갈 생각이 부담스러우면 그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다.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가슴이 조여올 때 그것만 생각하게 되면 불안은 극대화되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난 주 의사선생님도 그 말씀을 하셨다. 빨리 내 불안한 생각을 빼앗아갈 다른 것이 필요했다. 현재로선 tv밖에 대안이 없다.
아, 또 하나 생겼다. 지금처럼 공황장애 일기를 적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과호흡이 아주 미세할 때, 얼른 비상약을 먹고 숨을 고른 뒤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때를 놓치면 이미 늦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이 일기는 가장 상태가 좋을 때 적는다.
일단 tv를 켜고 생각을 불안에서 떨어뜨려 놓기로 했다. 주일예배를 못 드릴 수 있으니 예배 채널을 틀었다. 해독제,라는 말씀을 전해주신다. 아,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말씀이 아닌가. 호흡을 고르며 말씀에 빠져들었다.
아내가 옷을 다 입고 교회 갈 준비를 마쳤다. 내가 교회가는 것이 힘들겠다고 판단한 아내는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일어나 옷을 입었다.
일단 가볼게. 조금 나아졌어.
아내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지하로 내려가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차량으로 걸어갔다.
차안에서 짤막한 대화를 했다. 짤막한 대화는 가능하다. 호흡 중간 말을 조금씩 내뱉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지만 긴 기도문을 읽는 것은 어렵다. 성경말씀을 소리내어 읽는 것도 힘들다.
자기 내려주고 교회에 어떻게든 도착해서 비상약부터 먹고 예배를 드려볼게.
아내는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불안상태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교회 옆에 정말 주차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지만 나는 아내를 내려주고 다시 그냥 집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다시 호흡이 가빠졌다. 정신이 조금 아득해졌다. 멍해지기도 했다. 다행히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만 교회에 데려주고 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호흡을 고르다 잦아졌고, 나는 아내가 다시 집으로 올 때까지 잠에 취했다. 눈을 뜨니 아내가 와 있었다. 햇살도 창문을 통해 거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