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2일이면, 진도 앞바다에, 팽목항에 슬픔을 정박한 지 어느새 150일이 됩니다. 하루가 영원 같은, 실핏줄 투명해진 아픈 영혼들을 생각합니다. 어서 빨리 모든 것이 걷히고 제 색깔을 찾고 다시 하나의 풀잎, 하나의 웃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해무>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점점 어두워져, 이제는 너나 구분이 없어졌구나. 바다 건너 저편에는 사랑하는 부모님, 아들, 딸들이 조용히 누워 있는데, 처음에 해무는 내 사랑하는 이들을 받쳐주는 사랑이었고, 진실이었는데,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점점 어두워져, 이제는 너나 구분이 없어졌구나. 너와나는 언제부턴가 피아가 되었고, 서서히 이편과 저편으로, ‘너 와 나’가 되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또 바다는 침묵에 빠졌구나. 침묵은 영혼의 굶주림 속에 하나둘 지쳐갔고, 가족을 찾아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는 또 다른 생명들도 숨을 헐떡이며 지쳐갔고, 가라앉은 해무는 점점 커지고 점점 부풀어 올라 이제는, 너는 나에게 숨겨지고, 묻어지고, 변색되고, 다시 채색되고, 너를 알아볼 수 없는 나,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너가 되어, 아, 그렇게 돌아오진 않겠지. 저편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겠지. 언젠가는 걷히겠지. 걷히겠지. 그렇게 가을은 오고 또 눈발이 해무를 뚫고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네 명찰을 찾아 얼굴과 얼굴을 부비고 황홀한 키스를 하겠지. 아, 내 사랑이여. 이제는 돌아오려무나. 안개를 걷고 바람처럼 내게 안기려무나. 하늘의 티끌이 되기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