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 3-기암성』 269쪽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3-기암성』 269쪽)
아뤼센 뤼팽에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니. 이걸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니면 사랑에 빠져 허둥거리는 낭만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하드 보일러 장르의 추리 소설에서 이렇게 애절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간결한 사랑 고백은 읽어본 적이 없다.
뤼팽은 자신과 대결을 펼치러 기암성을 찾아온 천재탐정에게 부인 레이몽드를 소개하며 이렇게 읊조린다.
레이몽드가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말할 때나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나
내 가슴은 애정과 흥분으로 온통 흔들리지.
이렇게 레이몽드가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걷기만 해도 진정 행복해.
아, 보트를레, 레이몽드가 머릿속에서 내가 뤼팽이었다는 사실을 지울 수 있을까?
뤼팽은 평생을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모든 보석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마음을 먹는다. 그는 뤼팽이기를 거부했다. 과거에는 뤼팽이었지만 한 여인 앞에서는 새로운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했다.
완전한 사랑이란
완전한 변신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옛 자아를 버리고
온전히 새로운 대상
한 사람에게 몰입하고
몰두하고
정신 차리지 못하고
미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목표
더 이상 그 무엇이 되길 원하지 않으며
오직, 한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만,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으로만 남는 것이다.
사랑이란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용기이다.
아직도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다면
우리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만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