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미꾸 Apr 24. 2020

몽미꾸림일기 no.17

2020년 4월 18일, 19일의 그림일기





2020년 4월, 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소울 투어 첫 콘서트가 서울에서 4일간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티켓은 예매하자마자 3일 뒤에 강제 취소되어버렸고(....) 거의 약 10개월 만에 새 앨범이 나왔는데 공방도 못가, 콘서트도 못가…. 정말 거의 생이별 덕질을 하며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지. 그 우울감은 잘 지내다가도 취소된 콘서트 당일 스멀스멀 올라왔고 주말 내내 기운이 쪽 빠져있었다.

그런 아미들에게 던져진 떡밥이 있었으니 바로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토일 양일간 방탄소년단의 지난 콘서트 영상을 유튜브로 12시간 동안 스트리밍 해주는 이벤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이 시국에 걸맞은 콘텐츠였지. 사실 방방콘에 대한 기대보다 콘서트가 있었는데 없어진 슬픔이 더 컸지만, 막상 방방콘 당일이 되니까 신이 나기 시작했다.


11시쯤 일어나 후딱 아점을 먹고 아아를 홀짝이며 방방콘 첫 번 째날 1부, 2015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 콘서트(이하 화온스)를 재생했다. 최근 콘서트가 열렸던 공연장과 비교하니 화온스가 열렸던 핸드볼 경기장이 어찌나 작아보이던지. 관객석과 무대도 꽤 가까워서 멤버들이랑 아이 컨택하고 그런 게 가능하더라. (아이 컨택하셨던 분들 심장 무사하신가요….) 2부가 시작하기 전 인터미션이 있었는데, 아니 뮤비 틀어주고 안무 영상 틀어주고 멤버들 나와서 여러분 ! 몸 풀어야해요 ! 하면서 운동하는데 어떻게 쉬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2시간 풀로 방방콘 달렸지 뭐예요 (ㅠㅠ)

2부는 2016 화양연화 에필로그 콘서트로 첫 체조 경기장에 입성했던 공연이었다. 세트리스트도 그 당시 아미들 단체로 화양연화 병 걸리게 만든 곡들이라 너무 아련했다. ‘외딴 섬 같은 나도 밝게 빛날 수 있을까’란 조금 슬픈 가사가 있는 ‘whalien 52’를 부르고 엔딩 멘트를 하며 눈물 흘리는 멤버들을 보고 스밍하는 200만 시청자들도 따라 눈물 줄줄 흘렸다네요 (ㅠㅠ) 2부 끝나고 눈물 닦고 호다닥 집 앞 마트에서 맥주를 사 왔고, 3부 시작할 때 쯔음 도착한 치킨과 함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3부 2014 레드 불렛 콘서트는 악스홀(현 예스 24홀)에서 열렸던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였다. 악스홀은 약 2,0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공연장이라고. 진짜 하루아침에 스타디움에 입성한 게 아니라 정말 차근차근 성장했구나 싶었던. 게다가 첫 콘서트였는데도 떨지 않고 잘 해내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고 멋지던지 (ㅠㅠ) 그리고 반짝반짝거리는 눈망울들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그대로라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엔 ‘미친, 나는 왜 빨리 입덕을 하지 않았는가’와 ‘저 때 덕질했으면 졸전 못했을 듯’이라는 두 가지의 생각이 공존했지.

4부 2016년 3기 머스터(팬미팅)는 첫 고척돔 입성이라 또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콘서트도 너무너무 좋지만 역시 귀엽고 팬들이 앓을 만한 콘텐츠가 많은 건 팬미팅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

 

연달아 4개의 공연을 본 뒤 넘치는 마음이 주체가 안되어서 이대론 잠 못 잘 것 같아 데뷔 3주년 홈파티 공연 영상을 재생했고, 친구와 카톡으로 함께 앓으며 봤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까지 먹을 요량으로 넉넉히 샀던 맥주를 모조리 다 마셔버렸지. 진짜 집에서 혼술 할 때 숙취해소제 안 먹는 게 내 철칙이라 정말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하는데 다음날 또 즐겁게 달려야 하니까(ㅠㅠ)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상쾌환을 삼켰다.


다음날도 똑같이 11시쯤 일어나 누워서 아이패드로 방방콘을 재생했다. 1부는 2017 윙즈 투어, 2부는 2017 윙즈 투어 파이널 콘서트 (윙파콘). 윙파콘은 첫곡부터 빡센 군무로 시작해 쉴 새 없이 이어지던 띵곡 파티 미친 세트리스트였고, 입덕 직후에 했던 콘서트라 못 간 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데뷔 앨범에 히든 트랙으로 수록되었던 ‘길’과 사운드 클라우드로 선보였던 ‘Born singer’를 부른 뒤의 멤버들이 흘린 눈물에 내 눈가도 함께 촉촉해졌고 (ㅠㅠ) 윙파콘 때까지 콘서트 엔딩은 뭔가 응어리진 느낌이 들었는데, 이어지는 3, 4부에서 해소되었다.


3부는 핑크핑크한 컬러에 아미밤 요정 컨셉이 너무 내 취향이었던 2018 4기 머스터 (팬미팅), 그리고 4부는 2018 러브 유어셀프 서울 콘서트(럽셀콘)였다. 스타디움인 잠실 주경기장 입성인 데다가 양일 모두 갔던 공연이라 추억에 잠겨서 봤지. 그 여름날 온도, 조명 , 습도 생생하게 떠올랐고, 실제 공연과 영상으로 몇 번이나 봤지만 다시 봐도 너무 좋더라. 그만큼 콘서트 가고 싶다는 갈망을 더 크게 만들긴 했지만. 그리고 럽셀콘 엔딩곡 Answer : Love myself. 곡 자체도 너무 좋은데 더 이상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는 엔딩이라 좋았다.


사실 뭐 실제 콘서트도 아니고, 그냥 앉거나 누워서 영상 보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되게 만만하게(?) 봤는데 은근 체력소모 심하더라. 그리고 집에 있어도 저절로 어느새 노래 따라 부르고 응원법을 외치며 ‘아, 미친 너무 잘생겼다’ 또는 ‘너무 귀엽다’라며 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끝나고 남은 건 넘쳐흐르는 보라 피…. 당분간 헌혈 못해요, 제 몸속엔 보라 피가 흐르거든요….

아무튼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어서 이 생이별 덕질을 끝내고 방탄소년단도 아미도 행복하게 콘서트에서 만나는 날이 왔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몽미꾸림일기 no.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