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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Jun 03. 2019

26. 과거와 미래를 벗어나 현재에 살기

 과거도 아니다. 미래도 아니다. 오로지 현재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안타까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한다. 현재 이 순간을 살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끊임없이 오간다.

 과거와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과거와 미래에 휘둘리느냐, 현재에 중심을 잡고 과거와 미래를 참고하며 사느냐의 차이다. 과거와 미래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아야 현재 이 순간을 살 수 있다.


내 발목을 붙잡는 과거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말자. 과거에 대한 불쾌한 기억은 상대를 향한 원망이거나 자신에 대한 책망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수없이 질문하지만 이는 답이 없는 잘못된 질문이다. 불행한 경험은 당신만 겪은 것이 아니다. 당신보다 더 나쁜 일을 겪은 사람도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은 상처를 들추어 고통만 더하게 된다. 나쁜 일은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스쳐가는 법이다. 다만 어리석은 자는 스쳐가는 나쁜 일을 끌어안고 괴로워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나쁜 일이 스쳐 지나가도록 둔다.


 과거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는 것은 당신이 감정제조기의 3단계에서 마음을 재정비하지 않고 기억 속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이제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기억에 대해 판결을 내리면 된다. 판관 포청천처럼 당신에게는 판결을 내릴 권리가 있다. 다만 판결을 서두르진 말자. 자신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마음의 거슬림이 있는데도 서둘러 판결을 내린다면 예전에 덮어두었던 방식과 다를 바 없다. 내면의 상처 받은 자아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도 불완전한 사람이야. 단지 순간적으로 실수했을 뿐이야. 이제 그만 내 마음에서 놓아주자’라는 결과에 자연스레 이르게 될 것이다.

 복수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나는 그에게 복수하지 않겠다”라고 결심을 말하라. 종이에 써보고 다시 떠오를 때마다 꺼내 보라. 물길을 바꾸려면 충분히 땅을 파야 한다. 결심을 되풀이하다 보면 생각의 회로가 바뀐다. 물길의 방향이 더 이상 분노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용서를 하는 순간, 가슴에 달라붙어 뜨겁게 나를 지지던 불덩어리는 차갑게 식은 딱지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가슴에서는 치유의 샘물이 흐르고 생명의 환희가 차오른다. 몸은 이내 가뿐해질 것이다.


 발목을 붙잡는 또 하나의 과거는 자신에 대한 책망이다.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죄를 만들어 처벌한다. 이에 대해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마음속 죄와 벌의 개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예로 사기범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사람이란 타인을 속이는 존재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에 산다는 것은 큰 불행이다. ‘인식의 감옥’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 죄의 기준은 행위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다. 그래서 그릇된 생각만큼 인식의 감옥에 살게 되는 벌을 받는다. 물론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기억에 강력히 남게 되므로 더욱 견고한 인식의 감옥에 갇힌다.

 마음에서 죄와 벌의 개념은 현실의 것과는 다르다. 흔히 법규상 죄와 벌의 개념만 알고 있다. 법에서는 죄와 벌이 별개다.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재판을 통해 벌금이나 징역 등 물리적 조치를 받는다. 마음에서는 죄와 벌이 별개가 아니다. 죄는 ‘생각’ 자체만으로 성립되며, 즉시 심리적 처벌을 받는다. 바로 인식의 감옥에 갇힌다.

 이 심리적 처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인식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사기범이라면 사람을 ‘속고 속이는 존재’가 아니라, ‘믿음을 주고받는 존재’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물리적 감옥에선 출소할 수 있어도 인식의 감옥에선 영원히 출소할 수 없다.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생각 체계가 있다면, 마음을 교체하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을 바꾸면 인식의 감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몸에 묻은 기름때와 같다. 싫다고 아무리 문질러봐도 지워지지 않고 자신만 아프다. 새로운 상처만 덧날뿐이다. 더 이상 기름때에 신경 쓰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기름때가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기름때는 때가 되면 각질과 함께 떨어지기 마련이다.


미래를 무리하게 예측하지 말 것


 미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현재 사무실에 있다고 생각하고 1시간 후를 예상해보라. 1시간 동안은 어떠한 업무 폭탄이나 상사의 불호령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러면 1분 후를 그려보라. 갑작스런 업무전화나 지시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불행이 닥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그럼 1초 후는? 0.001초 후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쌓여서 미래가 된다.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미래를 초점 없이 바라보니 뿌옇게 보여 막막하고 답답했을 뿐이다. 바로 다음 순간에 초점을 맞추면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 미래에 나쁜 일이 일어날 테니 대비해야 되지 않을까? 물론 나쁜 일이 당신에게 닥칠 수도 있다. 그럼 재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계획을 세우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게 최선이다. 몸은 부지런하고 마음은 여유가 있는 상태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걱정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 몸은 게으르고 마음만 쫓긴다.

 걱정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걸로도 충분하다. 당신이 불행한 이유는 나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나쁜 사건을 예상했을 때만 불안하다. 나쁜 일을 겪는 순간에는 사실 불안할 틈이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내내 불안에 시달리다가 탈진한다. 정작 사건이 터지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항상 불행할 뿐이다. 현명한 사람은 생각 대신 실천으로 준비한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사건이 터져도 거뜬하다.


 우리 몸에 질병이 들어왔을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면역 체계가 존재하듯이 마음에도 심리적 면역체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심리 면역체계는 분주히 움직여서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스스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미래의 스트레스 상황을 상상만 할 때는, 그런 면역체계가 작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의 충격을 과대 예측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적응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사건의 여파가 실제보다 오래갈 것으로 착각한다. 이는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다니엘 길버트(Daniel Gilbert) 교수와 버지니아대학 팀 윌슨(Tim Wilson) 교수의 연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연 후 회복기간을 비교했더니, 사람들이 상상한 기간보다 실제 회복기간이 더 짧았다는 것이다. 걱정하는 상황이 닥쳐도 잘 대응할 것이다. 면역체계가 작동하므로 예상보다 고통이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불안은 전혀 쓸모가 없다. 일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만 괴로울 뿐, 정작 일할 때는 바빠서 괴로움을 못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대응책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해도, 마음속에서는 똑같은 불안의 목소리가 되풀이해서 들려올 것이다. 그럴 때에는 “나는 ○○에 대비하기 위해서 △△하기로 선택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라. 종이에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불안할 때마다 보라. 예를 들면 ‘상사가 보고서에 대해 불호령을 또 내릴 수도 있지만, 그에 대비하기 위해 보고서의 내용 한 줄 한 줄 혼신의 힘을 다해 작성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쓰는 것이다.

 

 감정제조기의 2단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신에게는 6개의 문이 있다. 이런 조치는 그 6개의 문 중 창고(두뇌)의 문에 ‘불청객 사절’이라고 써 붙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의 발길은 문을 두드리기 전에 돌아설 것이다. 당신이 권력을 부여한 마음은 두뇌 속 잡다한 마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목소리가 아닌 새로운 목소리가 들린다면, 다시 내면과 대화하고 대응책을 수정하면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보고서 작성의 기본이 안 되었다고 질책하면 어떡하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자. 그럼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른 상사에게 훌륭한 보고서 작성 서적을 추천받아 읽어보고, 상사에게 제출 전 다른 상사에게 미리 검토받겠다’로 대응책을 수정할 수 있다.


필사즉생의 진짜 ‘삶’


 인간의 두뇌는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하도록 진화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화로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의 두뇌는 1만 년 전 진화를 멈춘 것이나 다름없지만,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두뇌가 반응하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현대사회의 복잡한 요인들을 끝없이 분석하느라 폭주해서 자멸할 것이다.

 본능대로 끊임없이 생각하지 말고, 의지로써 생각의 폭주를 막자. 더 이상 불필요한 과거와 미래를 그만 끄집어내자.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지금도 충분하다.


 필생즉사. 한평생 살고자 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걱정과 불안이 현재를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생각으로 인생을 허비해버리는 것이다.

 필사즉생.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스스로 만든 걱정과 불안이 사라진다. 나아가 매번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삶의 마지막 호흡이라고 생각한다면, 악마가 그 어떤 과거와 미래를 들이밀어도 지금 당신의 평온함을 빼앗지 못할 것이다. 눈을 감고 생명을 받아들인다는 감사함으로 들이쉬고, 우주에 녹아든다는 평온함으로 내쉬어보라. 불필요한 상념에서 벗어나 행동에 집중할 때, 순간을 사는 진짜 삶을 누릴 수 있다.


다음 편 - 27. 마음으로 나를 활용하기(1부: 주인공)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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