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진짜 MBTI를 찾아서

변하는 성격, 변하지 않는 나

by 여백 Feb 27. 2025


“이거 드디어 찾았다."

엄마가 웃으며 얇은 책자 두 권을 건네셨다.

책을 받아 겉표지에 쌓인 먼지를 훌훌 털었다.

무엇인가 보니 성격유형검사지와 해설지였다.



우리 엄마는 상담을 전공하셨다.

주전공은 아니지만 대학원에서 따로 상담을 공부하셨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엄마의 대학원 과제 타이핑을 도와드렸던 기억도 난다.


중학교 1학년쯤이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엄마의 과제 실험 대상자가 되어 검사지 몇 개를 체크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현재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MBTI였다.



 MBTI는 알파벳보다 퍼센테이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대학생 때의 나는 ENFJ(엔프제)다.

I와 E의 비율은 4:6 정도,

그리고 F와 J는 거의 90%에 가까웠다.

N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다.


ENFJ는 소위 인간 댕댕이라 불리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유형이다.

엔프제는 대한민국에서 1.5프로만 존재하는 흔치 않은 유형인데, 내가 AB형이라 그런지 흔치 않다는 것에 대한 타격감은 없고,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들과 나의 모습이 거의 일치하여 늘 신기했었다.



그리고 2년 전 음악과 심리를 연계하는 수업을 했었는데, 동기유발에서 MBTI를 맹신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성격유형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때 검사했을 때는 ESFJ(엣프제)가 나왔다.

심지어 N과 S는 절반의 비율이었다.

엣프제는 사교적인 외교관이라 불리는 유형인데,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며 S가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의 성격유형을 EN(S) FJ라고 소개한다. 더불어 직장에서나 내가 원하는 것만 열심히 계획하는 선택형 J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나의 엠비티아이를 잘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잠시 쉴겸, 해설지를 열심히 넘겨봤다.


엄마 ISFJ, 아빠 ESTP, 동생 ESTJ였는데,

엄마 아빠의 성격 유형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해설을 읽어보니 얼추 비슷했고, 특히 아빠의 무계획성이 잘 드러난 해설에 온 가족이 즐거워했다.

동생은 지금의 MBTI와 정확히 일치한다.

ESTJ는 사업가형이라는데 현재 사업을 한 지 3,4년 차이기에 얜 정말 사업이 맞나 보다 하며 고개를 무한 끄덕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23년 전 엄마가 체크해 둔 나의 엠비티아이는 놀랍게도 ISTJ였다. 처음 보는 성격 유형에 몹시 당황했지만, 천천히 뜯어보니 원래 E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기에 사춘기 시절 I가 나올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S가 특히 T가 나온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S가 치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원래 비등비등했었나 보다.



놀라움의 연속이던 중 두 가지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열심히 소개팅을 하던 시절, 나와 잘 되지 않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나에게 T냐고 한 적이 있어서 분노했던 장면. 그리고 16년도에 위클래스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담선생님께서 내가 이과 성향이라고 했던 장면이다.


나 정말 T인가..?



 ISTJ는 현실주의자이며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 외에는 내 얘기가 아니었다. 당시에 내가 검사지를 대충 체크했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쇼킹한 일이다.


아니면 난 원래 T성향이 있는 사람인데 고1 때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점차 F가 된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면서 엠비티아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사람의 천성적인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때로는 자신을 감추기도 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내비치거나 발굴하기도 하고, 나답지 않은 것에 점차 적응해 나가기도 하니 성격이 조금씩 바뀌는 거라 생각되었다. 그래도 J만큼은 쭉 변함없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뒤바뀔 우려는 없어 보인다.



 엠비티아이는 나를 끼워 맞추고 한계를 정해두기 위한, 그리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라고 있는 도구가 아니다.

검사 결과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해 쓰이는 수단 중  하나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내 마음에 드는 자신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년 사이에 성격이 또 변하지는 않았을까?

조만간 제대로 된 검사를 다시 해봐야겠다.

나의 진짜 MBTI를 찾아서..






작가의 이전글 나를 채우는 시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