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저 도착했어요!'
12시 50분쯤 문자가 왔다.
1시 약속이었는데, 나와는 달리 늦지 않으려 서둘러 준비했던 것 같다.
'저 일처리 하느라 약간 늦겠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천천히 오세요'
허겁지겁 도착하여 드디어 그를 만났다.
사진보다 인상은 조금 강해 보였지만,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가 눈에 띄었다.
'음 키가 정말 크시구나'
사실 식사 때는 딱히 임팩트가 없었는지 이렇다 할 대화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우리 동네 맛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이게 전부인 것 같았다.
식사 후 카페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중간에 지인이 있다 보니 지인 이야기가 주된 대화의 흐름이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고, 현재 서로 얼마나 친분이 있는지 자세히 듣게 되었다.
중간에 걸쳐진 사람이 있다 보니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쭉 듣게 되었다.
기억을 복원해 보자면,
그는 공대생이었으나,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 대학을 다시 갔거나 편입을 했다는 것 같았다.
유학을 가게 되어 외국에서 오래 공부를 하였고, 현재 대학교에서 시간 강사까지 하고 있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 이야기가 계속 오고 갔고, 나의 음악적 고민들까지 나누게 되었다.
"이제 슬슬 나갈까요?"
모든 만남은 귀하다.
무엇이든 의미 없는 만남은 없다고 생각했다.
신나게 음악 이야기를 하고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에 대한 끌림은 0%인 채로..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