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이제 와서? 명절 잘 보냈냐고?'
요즘 세상에 카톡이 아닌 문자는 확인이 더디다 보니
9시에 온 문자를 2시 좀 넘어 확인하게 됐는데,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1시쯤 문자가 하나 더 와있었다.
"바쁘신가 봐요"
본인은 잠수 타듯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바쁘시냐니.. 연락 자체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인이 중간에 껴있다 보니 답장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문자를 이제 확인했어요. 명절 잘 보냈어요"
"네 혹시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요즘 출근하세요?"
" 이번 주는 어렵고 다음 주에 될 것 같아요~"
그는 언제 시간이 괜찮냐며 편한 시간을 알려달라 했고, 본인의 대략적인 스케줄도 말해주었다.
나는 편한 시간을 한 개만 콕 집어 이야기하였다.
"그럼 월요일 점심에 뵐까요?"
'좋아요 그럼 토요일 점심에 봬요! 저번에 보기로 한 그 장소에서 볼까요?"
'...............'
갑자기 기분이 너무 나빴다.
대화에 집중을 못한 건지, 단순 실수인지, 문자를 잘 못 보낸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상황을 그저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나는 확실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결국 지적하고 말았다.
"저 월요일이라고 했는데.. 근데 찾아보니 가려고 한 식당은 월요일 휴무네요. 수요일에 뵈어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한 문장을 덧붙였다.
"혹시 00 오빠 때문에 보려고 하시는 거면 안 그러셔도 돼요"
그는 그런 게 아니라 요일을 잘 못 썼다며 문자를 잘못 보낸 게 아니라 했다.
겨우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정하고 대화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약속 하루 전,
그는 마치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내일 만나는 거 기억하시죠? 내일 1시에 봬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