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2 [,]

비워야 채우지

by 여백

드디어 예배가 끝났다.

전 날 미리 정해둔 코디 그대로 예쁘게 갈아입고 나갔다.

그는 늦지 않게 미리 나와 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남.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나왔는데, 그가 먼저 제안했다.

"네가 예전에 오래 살았던 곳도 ○○이고, 내 본가도 ○○이니까 오랜만에 ○○ 탐방해 보는 건 어때?"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연애는 많이 해봤어?"

"1년 이상 만난 사람이 몇 명이야?"


우리는 첫 만남에서 나누지 못했던 과거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오래 만났던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런 그녀를 봐주고 또 만나다 나중에는 결혼할 남자에게 보내주었다는 그의 이야기.


사귀지 않고 만나기만 했던 놈이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여자랑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고, 날라리한테 잘못 걸려 날 갖고 놀았다던, 시간 낭비만 했다던 나의 이야기.


말하면서도 나의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그는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냥 둘이 안 맞았던 거야."

조금 이상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과거를 위로해 주었다.


드디어 정겨운 곳에 도착했다.

길거리를 걷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전학을 간 이후로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우리는 서로의 출신 고등학교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여고는 문이 닫혀 있어서 밖에서만 보았고, 남고는 운동부 학생들이 연습 중이라 다행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로의 추억이 담긴 곳을 거닌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고등학교 탐방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팠다.

밥을 먹으러 가는데 고등학교 때 자주 갔던 음식점이 보였다.

"어! 저기 예전에 남자친구랑 가본 적 있는데"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귀었어? 날라리였어?"


알고 보니 그도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었다.

단 일주일이지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음식점에 도착했다.

우리는 사람이 거의 없던 초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정한 데이트 코스는 여기까지야.

뭐 더 하고 싶은 거 있어?"


"공원에서 산책할까?"


구두를 신어 걷기 힘들 것 같아 차에 있던 그의 크록스를 빌렸다.

신발이 무지 커서 어기적 거리긴 했지만 한결 가벼웠다.

러닝 하는 사람들, 노부부들,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여유 있게 걷고 있었다.


그 사이에 우리 둘.

둘이 나란히 걷고 있자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쉼표,




금요일 연재
이전 01화쉼표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