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2024년 9월,
아직 더운 날씨.
더위에 취약한 나는 카페테라스로 나가자고 했다.
그곳에서는 다름 아닌 모기가 우릴 반겼다.
"어우 바깥이라 오히려 덥네요"
"많이 더워요?"
"네. 그래도 모기가 있어서 긴바지 입고 오길 잘했네요."
한참을 이야기하다 무언가 간지러워 보니 발목 쪽이 부어올라 있었다.
"안 되겠다. 모기 때문에 못 앉아 있겠어요. 안으로 들어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남자는 내가 굉장히 센 여자라고 느꼈다고 했다.
덥다, 간지럽다 이런 표현들을 거리낌 없이 내뱉어서라고 했었는데 다른 여자들은 이런 표현을 안 하고 다 참는 걸까?)
커피를 마시며 뻔한 소개팅 주제들을 꺼냈다.
그리고 서로 왜 결혼을 못(안)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던 이전 경험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이제는 파혼했는지 까지도 알아봐야겠더라고요.
예전 카톡 프사에 누가 봐도 결혼식 관련 상태메시지가 있어서 물어보니 미안하다면서 속이려 한건 아니고,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었대요. 결국 안 만나고 끝났어요"
"헉 어떻게 그런 일이.."
1살 많은 그 사람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건설적인 이야기까지 꽤 긴 시간을 함께했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했다.
카페를 나서 걷다가 피자를 먹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강 주변을 걷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아 재밌다"
이전의 소개팅에서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서인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귀한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