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3 [,]

비워야 채우지

by 여백


걷다가 잠시 앉았던 그 자리엔 노란 조명이 우릴 빼곡하게 비추고 있었다.

순간, 남자의 얼굴을 보니 눈밑이 먹물처럼 까맣게 물들어있었다.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묘한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안색이 안 좋은가, 많이 피곤한가 보네..'

그의 피곤함을 캐치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리 목마른데 커피 한 잔 하러 갈까?"

"지금 이 시간에? 그럼 난 음료 마셔야겠다"


커피숍은 마감을 앞두고 있어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다.

그때, 메뉴를 보던 그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자기 뭐 마실래? 헉...?"

그는 본인이 내뱉은 말에 화들짝 놀라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자기..? 혹시 전에 만나던 사람과 나를 착각한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내가 너무 편하게 생각했나 봐, 미안해"


두 번 만난 사이에 자기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커피를 마시며 걷던 산책로는 정말 평온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그에게 끌렸다.

"걷기가 조금 힘든데, 팔 잡아도 돼?"

"응 잡아~"


"아 근데 가방 때문에 조금 불편하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로 말없이 계속 걸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도 나와 같은지 궁금했다.


"손 잡으니까 어때, 떨려?"


"그런 걸 왜 확인하려고 해?"


두근거리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돌변한 그의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쉼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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