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그널은 무엇인가요?

무의식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관한 단상

by bok
나는 바람에 귀 기울인다. 내 영혼의 바람에
- 캣 스티븐스 -

KakaoTalk_Photo_2022-09-04-16-05-09 (1).jpeg 나의 영혼의 휴식 장소, 남산타워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것을 우리는 ‘영감'이라고도 하고 ‘직감'이라고도 한다. 부정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 ‘감' 이 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써 오는 경우도 많다. 직감이라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단어이다. 우리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로 말하고 행동하는 학습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냥'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지양한다. 그래서 ‘끌린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 문장을 ‘시그널이 왔다.’라고 말하고 싶다.



20살.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을 하는 첫 시기. 어떤 대학에 무슨 학과로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가득 앉고 나는 생명과학과를 택했다. 식품영양학과와 생명과학과. 나의 성적을 두고 봤을 때 두 가지 선택란 밖에 없었지만 과학의 근간을 알 수 있는 생명과학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 보였다. 국과수(국립과학 수사원)에 가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미래 계획으로 얼추 자리 잡고 있었다. 목표를 두고 봤을 때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학부생으로서의 최선은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간절함을 느꼈던 것인지 운이 좋게도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실험실에서의 생활은 재미있었다. 신입생 때에는 감히 말도 붙이기 어려운 교수님과의 미팅 그리고 고학년 선배들과의 이야기라니. 미묘한 성취감과 우월감이 나를 적시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점은 학부생인데도 불구하고 방학이랄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내리 1년을 넘게 실험실에 꼬박 출근을 하고 있자니, 답답한 감정이 몰려왔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내 생활 패턴에 의한 움직임도 아니고, 세포를 위한 스케줄을 따라야 한다니!

(* 내가 있었던 곳은 분자 암세포를 연구하는 분자암 실험실이었다. 세포가 살아서 죽는 순간까지 먹이를 주고 배양하는 작업을 했었다.)



문득 나는 아무런 계기가 없는데 창업이 하고 싶어 졌다. 학부생이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 참여해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커리어 적으로 봤을 때 아주 괜찮은 길이었다. 그 당시 실험실에 계속 있기만 하면, 학비도 충당할 수 있고, 실험 또한 주도적으로 맡을 수 있었다. 실험실에서 나온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다. 그러나, 나는 내가 끌리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결정을 내렸고 창업을 위하여 실험실을 그만둔다는 말을 끝으로 전공과 이별했다.



이전에 친구와 갔던 중국 여행의 좋은 추억을 계기삼아 무작정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에 팀원으로 지원했다. 페이스북에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스토리를 입히고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무급, 흔히 말해 열정 페이였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의 세계에서 스토리 작가라는 사실, 과학 실험과는 전혀 다른 계열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때였다. 콘텐츠 시장 또한 초기 단계였으니 말이다. ‘청춘 여담', ‘스타터스'라는 채널을 필두로 주로 여행과 창업에 관한 주제로 콘텐츠를 다루었다. 여행에 관한 포럼에 참여하거나 여행자 또는 창업가들을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추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있어 허들을 낮추어 주었고, 스타트업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문득 생각해본다. 갑자기 창업이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신호를 내가 무시했다면? 그때 실험실을 나오지 않았다면? 당연히 지금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루트를 걷고 있었을 테다. 신호를 무시했어도 그럭저럭의 인생을 살고 있었을 테다. 하지만, 신호를 받은 이상 나는 그 시그널을 받아들였으며 선택했고,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다양한 길을 경험해올 수 있었다.



문득,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 틀림없이 중요한 시그널일 테다. 그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즐겁고 새로운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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