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점 우물 Jul 07. 2020

당신을 지배하는 감정상태는?

You are protected

아침에 출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어젯밤엔 침대로 미처 가지 못하고 소파에서 잠들어버렸다.

몸이 뭉쳐있다. 어제 요가를 하고 나서도 몸이 다 풀리지 않았다. 몸이 무거우니 기분도 비구름처럼

가라앉는다. 하지만 습도는 70% 오후에는 차차 해가 나면서 습습한 공기도 걷힐 것이다. 기분에 속지 말자.

생활을 위해 활력과 총기를 되찾자. 무엇이 좋을까? 내가 지금 필요한 건 뭘까?


출근해서 앉아 있어도 마음은 먼 곳에 가있다. 따뜻한 온천욕을 하고 싶기도 하고, 멀리 자연 속에 가서 푹 파묻혀 있고 싶기도 하다. 친구의 다정한 말이, 연인의 달콤한 애정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저 조용히 누워서 책 한 권을 읽다 말다가 하며,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온종일 듣고 싶다. 반짝거리는 벌레들의 등껍질이 내는 색깔과 애벌레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이슬 젖은 흙냄새를 맡고 싶다.


김훈의 신작을 소개하며 인터뷰한 기사가 있어 읽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4/2020070400190.html?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utm_campaign=biz 

말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그랜드 캐년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본 야생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멋있고 지혜롭게 생긴 말이었죠. 강하고 아름답고 점잖았어요. 말은 적과 싸우지 않아요. 말은 덕성을 가진 존재예요.' 그때 본 말의 기억으로 쓴 소설이라고 했다.

기자는 김훈에게 요즘 그를 지배하는 감정상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요즘 나를 지배하는 감정상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분별되는 하나는 '긴장감'이다.

갑작스러운 소리나 동작들에 자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토끼처럼.


토요일 저녁에 공황이 한번 왔다. 여파로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거려서 누워있었다. 약을 먹지는 않았다. 신경이 예민할 때 예전엔 많은 활동을 하며 발산을 했지만 요즘은 스스로의 감정을 바라보고 내려놓기 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고, 에너지를 새어나가지 않게 모으고 있는 중이다. 가만히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많이 보았다. 핀란드의 화가 Helene. 자화상과 아이들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음악을 듣던 중 어떤 만트라. You are protected. I'm protected.이라는 문장에 눈물이 났다. 성서를 펴서 조금 읽었다. 나는 스스로 힐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인 것을 느낀다.  


잠시 잊은 채 살아가려 했었는데... 코로나에 이어 흑사병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전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불안과 공포의 일상화 속에서 삶은 위태롭다. 직업도 인간 관계도 모두 가변적일 수 있고, 보장된 미래라는 것은 없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실상이 그러하다. 점점 비대면화되면서 많은 것들이 디지털과 자동화의 흐름으로 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이란 뭘까. 무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로 꼭 껴안고 있는 연인들을 요즘 자주 본다. 그 모습은 아름답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지만 나무와 꽃들은 방해받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며 짙어지고 화려해지고 생장한다. 자연만큼 확실한 안식은 없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한수 위임을. 우리가 자연의 사소한 일부임을 겨우 깨닫는다. 사랑. 자연. 침묵. 쉼.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이런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패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