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힌 눈이 빠드득 소리를 낸다
보송한 눈밭을 가르고 온 발자국만 빤드럽다
오르막 비탈길 끝을 올려 보다
이내 시선이 발 끝으로 내려온다
흰 땅을 딛고 올라온 햇빛에
시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빠드득 소리가 멈춘 곳에
흰 숲이 있다
어떤 방문자도 없는 것처럼
숲은 고요하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유일하게 기척을 낸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흰 나무와 흰 땅이 더욱 선명하다
안도하며 새어나오는 호흡은
하얗게 번졌다 사라진다
추위에 양 볼은 발갛게 어는데
두꺼운 점퍼 밑으로는 더운 공기가 촘촘하다
희고 파랗고 고요한 숲을 본다
그렇게 겨울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