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를 대신할 수 있는 것

체벌이 사라진 교육

by 최진영

학원에서 체벌이 사라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처음 학원 선생님이 되었을 때에는 시험문제 틀린 만큼 손바닥을 맞는 다던지


수업시간에 말썽을 부려서 교무실에서 혼나고 맞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었는데,


자연스럽게 학원에서는 체벌이 사라졌다.


체벌 없이 아이들이 말을 듣겠냐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혼내지 않고도 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은 선생님이 초반에는 고심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체벌이 있던 시절


숙제를 계속 안 해오는 남학생이 있었다. 순하고 덩치가 큰 학생이었는데, 과제를 안 해오니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았다. 숙제 안 해오면 다음에는 두 배로 맞기로 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맞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냥 몸으로 때우겠다는 심산이었다. 나 또한 체벌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숙제를 안 해오면 다 해야 집에 가는 걸로 방법을 바꿨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 몰라서 숙제를 해올 수 없었구나.'


처음에는 화도 내 보고 엄마한테 연락도 드려보고 했는데, 그냥 혼나고 넘어가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남아서 숙제도 다하고, 시험점수가 좋지 않으면 추가 프린트 풀고 재시험 봐서 통과해야 집에 갈 수 있게 했더니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그보다 놀라운 결과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수업이 없는 날에 따로 불러 공부를 시켜봤다. 학원 월말평가가 있는데, 보충수업 없이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모아서 범위 전체의 연습문제를 다시 풀게 했다. 틀리면 혼나고 다시 풀고 7시간 정도 지지고 볶고 공부했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보강받기 싫어서라도 공부하겠지!'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이 집에 가면서


"선생님~ 다음 보강은 언제 해요? " 하고 해맑게 웃으면서 물어보는 거다.


보강이 힘든 사람은 나뿐이었나 보다. 엄마들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학원에서 보강받고 엄청 뿌듯해했다면서. 이제 정확히 알겠다고 좋아했다는 것이었다.


공부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었다.


누구든지 공부를 잘하고 싶다.

뭔가 확실히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면 학원에서 어떤 보강을 시켜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였다.


수업시간에는 아무래도 아이들끼리의 실력차이가 발생하고 시간 내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있다.

그래서 조금씩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고, 그것이 반복되면 공부자체가 어렵고 싫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모르는 부분을 찾아서 해결해 주면 다시 공부를 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학원에서 이렇게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케어주기란 사실 쉽지는 않다.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케어해 주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고, 한 선생님이 열정을 다해서 아이들을 케어한다고 해도, 추후에 다른 담임이 맡게 되면 또 보강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것이 선생님께 부여된 의무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학원에서도 어느 순간 달가워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잘 가르치면 없을 일이라는 생각과 다른 선생님과 다르게 혼자 열심히 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상대적인 부담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 이다.

나 또한 학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 우리 학원 안에 최진영 학원을 새로 만들면 안돼요 선생님"


더 해줘도 난리구나. 속으로 반발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학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계속 이렇게 의존적인 공부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보강할 때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한다.


이렇게 모르는 것이 쌓이기 전에 꼭 질문해야 한다고.


질문하는 것은 잠깐 바보가 되는 것이지만,
질문을 하지 않으면 평생 바보가 된다.

어머님들도 내 아이를 끼고 가르쳐주면 좋겠다 생각하시지만, 계속된 보강은 자립심이 낮아질 수 있다. 수업시간에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하고 집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우선이다.


다행히도 한번 이렇게 잡아주고 수업시간에 태도를 잡아주다 보면 다시 수업에 집중하고 잘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의 보강은 의무가 아니고, 학부모가 요구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다만, 많이 못 따라오는 것 같으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도와줄 필요는 있다.


공부하기는 귀찮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선생님이 열정을 다한다는 것을 알면 대부분 생각 있는 아이들은 태도가 바뀐다. 그걸 믿고 오늘도 나를 갈아 넣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전 14화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대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