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꿈을 찾아주기

너는 꿈이 뭐니?

by 최진영

고3 때까지 나는 그저 1등을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공부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있었고, 성적을 하나하나 올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공부라는 것이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노력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는 거라서 할 맛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입시에서 터졌다.


뭘 하지?


막연하게 나는 상상했다. 책이 가득한 곳에서 뭔가를 연구하는 교수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

사실 교수님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입시에서 과를 정하는 것은 그냥 점수에 맞춰서 과를 추천받아서 학교가 괜찮으면 원서를 넣어보는 식이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 4년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고3 때까지 내가 열심히 했던 공부가 나의 직업이 되었으니까... 비싼 등록금이 아깝다.


학생 때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뭐 하나.. 직장에서 수학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열심히 공부한 걸 사용할 수나 있는 걸까?'


다행인 건지 학원강사가 되고 나니 내가 그동안 쌓았던 노하우도 전수하고, 늘 하던 공부를 하고 있어서 학창 시절의 공부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수학학원 강사가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수학을 매일 푸니 그것도 좋고~

수학문제를 푸는 일은 사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다른 생각 다 접어두고 문제 푸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답이 나와서 속 시원하고 근심을 잊을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넣어두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아무튼,


모델 한혜진 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 말이 참 공감이 갔다.


"자기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은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


무엇을 해보겠다는 모험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방어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피드백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작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승효야~ 너 커서 대통령이 되는 건 어때?"


주변 아이들이 웃는다. 아이도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대통령이 되는 꿈은 중학생 친구들에게도 황당한 걸까? 마음속에 꿈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 주변 시선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미 아이들은 너무 현실적인 꿈만 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금 안타까워졌다.


" 왜? 선생님은 30살 넘어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이상한가?

처음엔 성남시장이 되고 싶었거든. 왜냐면 선생님이 어릴 때 가난했는데 성남시에서 계속 장학금을 줘서 엄청 고마웠던 기억이 있어서 나도 시장이 돼서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아이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해주고 싶고, 좀 더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게 해주고 싶어서 교육부 장관이 되고 싶은 생각도 했어. 사실 선생님은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건축가가 되고 싶기도 한데, 그건 지금은 공부하기엔 좀 늦어서 ^^ 그래도 선생님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지금도 실천하고 있긴 하잖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는 늘 생각해 볼 만하지 않아? "


꿈이라는 것은


너무 황당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이상적이어도 좋다.


중학생만 되어도 성적이나 앞으로의 진학에 가로막혀 꿈이 쪼그라든다.

부모님도 공무원이 되면 안정적이라던지, 의사가 되면 좋겠다던지 현실적인 제안을 한다.

뭐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학원에 갇혀서 학교 수업에 치여서 꿈을 꿀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멋진 집을 지어보는 일.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좀 더 꿈꿀 수 있게 교육환경을 개선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고 방법은 찾으면 있겠지. 그래서 일을 할 때 단순히 직업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돕는 일이라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직접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거나

멋진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경험들에서 시작한다. 때로는 엄마, 아빠의 옛날 꿈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것도 좋겠다.


유재석의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도 유익하겠구나 생각한다. 진로탐색이라는 것 또한 직접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얻는 것이 더 크지 않을까?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정치나 경제이야기들도 같이 나눠보고


성적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대화를 풍성하게 하고, 아이에게도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을 너무 아이로만 보지 않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의견을 물어봐주는 것도 좋겠다.


내가 우리 학생들과 친밀한 이유도 내가 아이들을 그저 아이로만 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때가 많아서인 것 같다.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고 의견을 물어봐주는 것.


공부로 너무 바쁜 아이들을 볼 때면 나와 공부하는 시간만이라도 조금은 숨통을 터주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어진다.


진로는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찾아야 에너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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