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이 났어요.

감사하기 좋은 체질

by 최진영

지난주엔 화나는 일이 연속 터졌다.

우리 반 아이들이 주간테스트를 한번 못 봤는데, 레벨이 잘 못 정해진 것 같다면서 전체회의에서 언급되었다. 아직 시작이고 아이들이 새로운 수업에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아직 2주밖에 진행되지 않은 수업에서 너무 섣부른 게 아닌가 싶어서 화가 났다.


주말에 아이들을 불러서 구멍 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다 찾아내겠다는 마음으로 보강을 했다.


보강을 해준다고 하니 자발적으로 다 나오겠단다.


' 아~ 얘들아~ 수업시간에 열심히 해주면 얼마나 좋니...ㅜ.ㅜ'


6시간이 넘는 보강 끝에 일단 테스트 재시험은 전부 마무리되었다. 아이들도 이제 좀 알겠다는 표정이다.

수업시간에 질문 좀 하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지나가는데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과목선생님께 질문을 못했던 눈치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잘할 수 있다는 것에는 확신이 있었다.


무리해서 보강을 하기도 했고,


우리 아이들을 너무 섣부르게 판단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감기몸살이 왔다.


내 안의 버럭이는 더 예민해져 갔고, 화르르 화르르 계속 열을 냈다.


결국 학원 휴가가 있었는데, 극심한 두통에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타이레놀도 안 듣고 이틀연속된 두통은 진짜 참기 어려웠다.


이런 두통은 오랜만인데.. 예전에 고시공부할 때, 1년에 한 번꼴로 응급실에 실려가곤 했었다. 원인 모를 복통과 두통.

병원에 누워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다시 아프게 되었나 생각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


예전부터 나는 예민한 성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잘 병이 났다. 위경련에 두통에... 그래서 엄마는 늘 내 눈치를 보고 나한테 많이 맞춰주셨던 것 같다. 엄마 덕분에 살았구나 싶어서 또르륵


최근에는 남편이 약한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눈치를 보고 매일 예쁘다, 잘한다 해준다. 아~ 내가 남편 사랑 덕분에 살고 있구나 싶어서 또르륵..


그냥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생각하고 넘기면 될 것을

그렇게 이야기한 걸 후회하게 해 주겠다며, 우리 애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것이 병이 된 거다. 하여간 성격 하고는..


나쁜 생각이 들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모든 게 나쁘게 생각되고, 그러다 보면 병이 나고, 병이 나면 또 좋은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제대로 악순환이다.


"나는 쉴 때만 되면 몰아서 아프니까 속상해. 놀러 가지도 못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


"진영아 쉬는 날 아프니까 다행이지~ 일해야 하는데 아프면 어떻게 할 뻔했어."

그렇지... 쉬는 날 아파서 다행이지. 때마침 이때 휴가가 있어서 다행이지.


내가 더 나쁜 생각에 빠져서 힘들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고장 나 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나는 감사체질이구먼~

나쁜 것은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 체질. 그래서 큰 병나기 전에 미리 신호를 줘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내 예민한 성질을 받아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프다니까 밤낮으로 전화하는 우리 엄마, 아빠, 언니..


밤새 내 상태를 살펴주고 응급실 가자고 바로 일어나 주는 남편.


잠깐만 생각을 바꿔도 좋은 것들 투성이었다.


출근했더니 옆에 선생님이 내가 속상했던 이야기를 다 들어주신다. 매번 들어주시고 의견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좋게 보면 한없이 좋은 일이 많은 게 세상이다.


아직 몸은 아프지만 조금씩 내게서 먹구름이 멀어져 가는 걸 느낀다.


내가 좋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꼬인 일들도 잘 풀어지겠지.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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