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by 최진영

"엄마~ 엄마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순간으로 가고 싶어?"


"어이쿠~ 예전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지금이 좋지~ 애들 다 키워놓고 이렇게 너희 오기 기다리는 지금이 세상 편하지~ 다리만 좀 안 아파서 여기저기 여행이나 더 다녔으면 좋겠어"


예전에는 살기 팍팍했다고

그래도 애들이 속 안 썩이고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다들 잘 결혼하고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안정적으로 지내기만 하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맘에 걸리는 건 나라고 하셨다.


흠.. 엄마~ 학생 때 내가 공부 잘해서 엄마 자랑거리 많이 되어 줬잖소~

지금은 좀 봐주세요~ 나도 시간이 지나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행복하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


집에 오면서 생각해 봤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아마도 후회되는 순간이겠지? 그때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것들 말이다.


근데 나 또한 과거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름 그 순간순간 열심히 살았으니까.


한 때는 고3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수시입학이 없던 그때에는 학교장 추천제라는 것이 있었다.


고3 2학기 중간고사 때 전교 1등을 한번 했는데, 내게도 제안이 들어왔다.


"너 서울대 써볼래?"


"어느 학과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소비자주거상담학과인가 뭔가 그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다른 과로는 안돼요?"


"다른 과 쓸 거면 다른 학생을 추천했겠지!"


이 말이 내 자존심을 마구 흔들어버렸다.


" 그냥 시험 봐서 가고 싶은 데 갈게요!"


쌩하니 교무실을 나와버렸다.


아 그때로 돌아간다면 서울대 써달라고 그렇게 하겠다고 얼른 가서 말하라고 돌아서는 내 등싸대기라도 쳐주고 싶다.


그랬다면 난 서울대 학생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만했던 나에게 서울대는 독약이 되었을 거다. 그 후에 한 고생들이 그래도 조금은 겸손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줬으니까.


"우리 진영이 사람 됐네~"


엄마가 매년 나에게 했던 칭찬 아닌 칭찬은 공부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오만했던 내가 조금은 사람다워졌다는 반증이다.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순간들,


하지만 그 순간을 바꾼다고 해도 내 몫의 어려움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운명의 칵테일(?)'에서도 어떤 남자가 칵테일 바에서 소원을 빌어서


회사 사장이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랑했던 아내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이내 그 소원을 후회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시간을 돌아가는 내용의 영화가 많은 것은 사람들이 후회를 많이 한다는 반증이겠지만,


대부분은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결론으로 끝이 나게 된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에서


더 이상 후회가 없도록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지도 살펴보고


잠자는 남편의 머리도 한번 쓰다듬어 본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우리 남편, 엄마, 아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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