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하려면

평온한 사람이 되어가는 중

by 최진영

" 내가 진영이랑 같이 한 시간이 이제 한 4년 되어가잖아. 진짜 예전보다 진영이가 많이 변했어~ 예민한 것도 많이 없어지고, 항상 좋은 생각 하려고 하고~ "

같이 출근하는 길에 신랑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주변 사람들도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예전엔 진영쌤 예민하고 화가 많다는 얘기가 많았잖아. 진영쌤은 내가 본 사람들 중에 나이 들어서 좋게 변한 몇 안 되는 케이스라니까"


부원장님 말씀.


나는 내가 예전과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면 사람은 다 깨닫는 바가 있고 변하는 거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을까?




오늘은 시험관 1차 피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실패했을 때, 잘 나왔다고 했을 때가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면서 마음이 심란해 일찍 일어나서 병원에 갔다.


신랑은 내내 내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중.


오전 검사를 마치고 항상 무음이던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결과를 기다렸다.


집에 도착할 때쯤


문자 한 통


'임신반응 피검사 결과 0.1로 비임신입니다........'


벌써 4번째다. 적응안되는 실패문자.


세상에서 제일 싫은 숫자 0.1


소파에 누워서 멘털을 잡으려 눈을 감았다.


"괜찮아. 너무 실망하지 말고... "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랑이 이야기한다.


"건드리지 마, 가만히 놔둬!"


상처받은 강아지처럼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자기도 실망했을 텐데, 내 눈치만 살피는 남편이 생각이 나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나는 안 되는 건가 두 번째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들키지 않으려고 쓰윽 닦아내고 자는 척한다.



항상 공격당하지 않으려고 으르렁대는 강아지처럼 나는 모든 일에 예민했다.


결혼을 하면서 내가 달라진 건


우리 신랑의 무한한 사랑과 지지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예뻐~"

"그래~! 진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신랑은 성악가인데, 음악 하는 사람이라서 본인도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화도 많고, 학생들에게는 왕꼰대에 잔소리꾼이다. 그런 사람이 나한테는 한없이 져준다.


"진영아, 나는 너의 적이 아니야. 내가 진영이를 공격할 이유가 뭐가 있어~"


다정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이런 평온함인가 보다.


서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밖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잘 해낼 거라고 믿어주는 것.
매번 작은 일에라도 계속 칭찬해 주는 것.



이런 것들이 40년간 치열하게 공격적으로 살아온 나를 변화시켜 온 것 같다.


4년 만에도 이렇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오늘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임신 이슈 때문에 계속 예민하게 굴었지만,


잘 털고 일어나야겠다.


" 한의원가자. 이유라도 좀 속시원히 알아야겠어. 있잖아 전에 다니던 할머니 한의원."


"아~ 거기! 그래 내일 당장 아침에 예약해~ 가자!! "


같이 파이팅 할 내 편이 있으니 나도 힘내서 다시 일어나 봐야겠다.


늦게 결혼했지만 멋진 당신을 찾은 것처럼


늦어지고 있지만 예쁜 우리 아가를 반드시 만나리라 믿어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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