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단상
이 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난 사실 결혼할 생각이 1도 없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굳이 필요성도 못 느꼈고 내 주변에 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나역시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결혼을 하는 순간 모든게 물거품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신중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멀어지고, 피하고 싶어졌다. 심지어 모 여성 커뮤니티를 가입하는 순간 그 마음은 완전히 굳어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긍정적인 상황보다 위험하고 불쾌한 순간을 오랫동안 각인한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외부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을 해야 하니 위협적인 순간, 부정적인 순간이 오면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는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인지 결혼에 대해 대부분 무서운<?>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도 긍정적인 이야기보단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오랫동안 내 머릿속 잔상이 남아 결혼하기로 결심하는 순간까지도 나를 괴롭혔다. 혹시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이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사람 이야기는 다양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으니까 ‘결혼하면 좋은 점’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결혼을 하면 동지가 생기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 회사 사내 게시판에 ‘책 쓰는 직원들’이라는 주제로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나도 회사 다니며 수년간 글을 썼는데 내 책은 나오지 않았다. 자기 자식이 예쁘건 못생기건 부모라면 자식이 세상의 관심을 받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 게다가 난 내 자식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내 자식은 빛을 비춰주지 않고 남의 자식만 하이라이트를 해주는게 솔직히 기분 나빴다. (나중에 알고보니 회사에서 띄워준 그 사람들은 회사 블로그 필진들이라고 한다. 나도 필진을 할 걸 ㅠㅠ) 하지만 내 입으로 ‘내 책은 왜 홍보를 안해주세요?’라고 하기도 웃겼다. 그냥 살짝 기분이 우울한채로 집에 들어가니 몇마디 하다 금방 왜 우울했는지 탄로가 났다. 남편은 나의 우울함도 모르고 ‘꺄르르르’웃더니 맛있는 차 한잔 끓여주며 나를 달랬다. 그리고 그 다음날바로 홍보팀에 연락을 해서 다른 팀에 아는 작가 한명이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센스까지 발휘해줬다.
사실 아주 작은 예이다. 수백가지 예가 있고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다.
즉 순도 높은 내 사람이 생긴다는 점이다.
결혼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인생을 함께 걷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나의 편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소개팅 나가는 것도 엄청 피곤했다. 미스코리아도 아닌데 웃어야 하고 상냥하게 말해야 하는 것에 지쳤다. 카톡하는 것도 귀찮고 아예 소개팅하러 세수하는 것도 귀찮았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소개팅 생각, 소개팅 반성, 다음 소개팅 준비, A군, B군 등등과의 생각 정리였다. 물론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계형성,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배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끔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 이런 고민은 아예 제로이다.
대신 그 다음 단계의 고민으로 넘어간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간다.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인 것이다. 고민은 없어지지 않지만 고민을 이제 함께 나누고 고민의 방향이 ‘앞’을 향하는 빈도가 많다. 결혼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다른 차원으로 성숙을 하고 또 그런 환경에 자주 놓이는 것이다.
‘가장’이 되면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히피같은 나도 결혼을 할때 무언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가 이 사람 영감 될때까지 책임 져야겠다.’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안정된 노후를 꿈꾼다. 가정을 이루면 이런 고민을 시작으로 절약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술먹고 놀러 다니는 비용이 과감하게 생략된다. 대신 우리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한다. 사실 결혼을 안했다면 나 역시 이렇게까지 재정적인 책임의식을 못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을 했고 적어도 ‘내 사람’ 밥 굶게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니 유흥비<?>와 같은 지출은 과감히 없어지는 것 같다. 공동의 재정적 목표와 책임감으로 알게 모르게 절약을 하고 그러면서 솔로때보다 재정적으로 안정된다.
오늘 3가지를 이야기했지만, 가장 결혼하면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첫번째인 ‘내 편이 되어 준다.’라는 점을 꼽고 싶다. 긴긴 길을 함께 걷고 함께 의지하며 걸어가는 친구를 만난 것 자체만으로 결혼은 꽤 할만하다.
나 역시도 결혼에 대한 마음의 부담이 너무 컸고 자유를 잃을까봐 고민이 많이 되었다. 사실 이 고민은 조율하기 나름이다. 정확히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혼’이라는 제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내 마음대로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하면 좋다.
함께 뚜벅뚜벅 걸어줄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