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하여
요즘은 결혼 생활, 사랑에 대해 글을 쓸 소재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각각 너무도 정신없이 출장을 오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한달동안, 15일동안 각각 출장을 다니면서 특별히 결혼에 대한 생각을, 사랑에 대해 정리를 할 사건이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남편이 없는 이 상황을 즐기라고 하지만, 사실 자유도 잠깐이지 막상 일주일 이상 얼굴을 안보니까 엄청 느낌이 이상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미친듯이 그리워하고 보고싶다고 울부 짖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 오랜만에 한 사람은 미국에서, 한 사람은 한국에서 영상 통화를 하였다. 둘다 제법 요즘 업무 강도가 심해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늙어가고 있는게 보인다. 예전엔 흰머리가 수백가닥의 머리카락 중 한두개였다면 이젠 손으로 머리를 슥 빗으면 바로 보일 정도로 수십가닥 늘어날 정도이다. 나름 동안인 남편 역시 흰 머리가 수십가닥 보인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입가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주름 속에 문득 우리 둘다 늙어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사진 몇장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아 예전 폴더를 뒤적거렸던게 기억난다. 2017년, 2016년 차례대로 폴더를 열어보면서 예전 사진들을 찾는데 그땐 미처 몰랐지만 참 예쁜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 당시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불완전해 늘 지쳐있었던 상황이었다. 결혼을 해도 되는 것인지 수백만번을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등등의 고민이 늘 맴돌던 때였다. 그때는 모든게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라 나를 돌볼 여유따윈 없었지만 뒤돌아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이다.
우리 둘다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슬펐지만 한편으론 시간의 깊이가 쌓여가고 있다는데 위안을 삼아 본다.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피부가 탱탱했던 시절에도 우린 함께였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점점 쭈글쭈글 해지는 과정을 여과없이 함께하는 시간도 우린 함께한다. 서글픈 일이기도 하지만 유일하고 특별한 일이기도 하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지속적으로 시간의 겹겹이 쌓여 인생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적다. 초등학교때 친구들은 어렸을 적 그렇게도 함께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묘연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단절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연륜이 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추억의 양이다. 싸우든, 이야기를 하든, 밥을 함께 먹든, 무엇을 하든 함께 하는 그 시간과 순간들은 모두 마음으로 가슴으로 남는다. 살짝 나의 흰머리에 우울했지만 앞으로 더 쭈글쭈글 해질 것을 생각하면 의기소침하지만 한편으론 자부심도 생긴다. 그만큼 우리의 추억, 시간이 쌓여 간다는 소리이고 우리의 역사는 계속 될 것이니까.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오면 좀 몸이 귀찮고 피곤하더라도 벚꽃을 보러 가야겠다. 나의 작은 노력이, 배려가 더 행복한 추억이 될 테니까. 오늘은 내일의 추억이 될테니 더 아름답고, 더 소중한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중심가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욱 하게 된다.
끝으로.....내 사람의 흰머리를 보며, 내 얼굴에 있는 주름살을 보며 앞으로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만......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늘 명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