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Everywhere와 서비스 플랫폼 전쟁의 시작!!
2월 26일부터 29일 사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MWC 2024가 개최되었습니다. 한때 이동통신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써 MWC는 계속해서 팔로업 해왔지만 직접 참가하기는 처음이었는데요, 이제 슬슬 참관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MWC 끝나고 터키를 4일 여행하고 오는 바람에 늦어졌습니다.)
이번 MWC의 주제이자 슬로건은 'Future First'였습니다. 우리말로 '미래가 먼저다!'죠. (한 때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던 모 대통령이 생각나네요 ㅋㅋ) 그러면서 MWC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6가지 메인 테마를 제시했는데요, 바로 Connecting Everything, Manufacturing DX, Our Digital DNA, Humanising AI, Game Changer, 그리고 5G & Beyond였습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해당 주제에 맞춰 전시가 이루어졌고 컨퍼런스 세션도 주제에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두 가지 트렌드가 있었는데요, 바로 'AI Everywhere'와 '서비스 플랫폼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Open RAN이나 6G, 위성 인터넷, SDV, Display 기술 등도 주목할 만했지만, 오늘은 이 두 가지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AI Everywhere는 제가 CES 2023과 CES 2024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던 용어입니다. 그리고 인텔도 CES 2024의 핵심 주제를 AI Everywhere로 하기도 했었죠. AI Everywhere는 말 그대로 AI가 어디에나 있다, 어느 분야에나 사용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어떤 장치든 어떤 응용분야든 앞으로는 AI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CES 2024만 보더라도 모빌리티 분야는 물론, 로레알의 뷰티테크, 월마트의 리테일테크, AARP의 에이지테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AI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MWC 2024에서는 어땠을까요? 이번에도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AI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CES 2024에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AI 서비스가 제공되는 위치 관점에서도 AI Everywhere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 AI가 클라우드나 온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에지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었죠. 이를 두고 Edge AI 혹은 AI-RAN이라는 용어로 말하더군요. (실제로 MWC 2024의 개최와 더불어 AI-RAN Alliance를 설립했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클라우드 분야는 사실상 통신사들의 영역이 아니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온디바이스 분야 역시 통신사들의 영역이 아니다보니 AI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통신사들이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겠죠. 이런 상황을 타계하고자 생각해낸 것이 Edge AI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네트워크의 에지 단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해 보자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에지 단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클라우드 AI와 On-Device AI의 장점을 고루 취하는 접근법입니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나 응답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와 가까운 곳, 예를 들면 온프레미스 서버 수준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보통 단말기로도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법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공장 등 특수한 분야에서는 가능성이 있겠지만, 고객들이 굳이 통신사의 에지 AI를 이용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차라리 노키아나 HP 같은 기업들의 솔루션이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게다가 해당 개념이 등장한 것도 고객이 원하기보다는 AI 시장에서 통신사들이 외면당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탄생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에지 AI의 성공 가능성 여부를 차치하고, AI 서비스 제공 방식을 Cloud AI, Edge AI, 그리고 On-Device AI로 구분한다고 가정한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바로 AI 기능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인텔이나 퀄컴, AMD, Mediatek 같은 회사들이 앞다퉈 다양한 레벨의 AI 칩셋을 출시하고 있는 거겠죠.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런 칩셋들이 사용되는 디바이스들일 것입니다. 갤럭시 S24를 위시한 AI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 자동차나 가전 제품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에지 AI를 위한 에지 서버 장치도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이미 기존 사업자들이 다 하겠다고 밝힌 것들이죠. 우리는 바로 그 다음을 봐야 합니다.
바로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서비스 플랫폼하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App Store나 Google Play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이구요 다른 하나는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우버 같은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모두 친숙할 것 같은데요, AI 시대가 되면서 스마트폰 중심의 마켓 플레이스가 파편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동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마켓플레이스가 TV, AI 스피커, 자동차 등 기기별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 애플은 앱스토어 하나로 스마트폰, 태블릿, 맥북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하는 앱들을 거래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하나의 앱스토어로 통합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다양한 마켓플렛이스로 분화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마켓플레이스가 등장할 거라고 예측하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운영체제의 독점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이나 구글같은 스마트폰 OS 사업자가 모든 거래를 자신들의 마켓플레이스에서 하도록 강제했지만,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주요한 인터페이스로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인공지능 서비스 기반의 마켓플레이스가 이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 좀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굳이 iOS에서 다운받은 배달의민족 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 서비스 내의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거죠. 물론, 이를 위해서 기존의 스마트폰 앱 개발사들은 AI별 마켓플레이스에 입점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고 AI 사업자들은 관련된 서비스 API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내용이 조금 깊어지고 길어지고 있어서 여기 까지만 말씀 드리기로 하구요.. 뭐 어쨌든 이런 식으로 개별 AI 서비스별로 혹은 이들이 사용되는 디바이스별로 새로운 마켓플레이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에지 AI 서비스를 하려는 통신사들도 자신들만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자 할 것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대로된 앱마켓을 만들지 못했던 통신사들이 에지 AI 분야에서 제대로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 리는 만무하겠지만요..
https://youtu.be/cVhAazguz6g?si=BaHNWSa2vofcTH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