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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식을 어떻게?

퇴근길을 가볍게 하는 법

by 심내음

내음 씨는 요새 다이어트를 좀 열심히 하고 있다. 외형 때문도 있겠지만 사실 나이가 들면서 콜레스테롤이나 지방간 수치가 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오는 간식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오기 시작한 것이 몇 주 되었다. 그런데 내음 씨에게는 이게 은근히 소확행이다.

- 어미 새와 새끼 새
예전부터 새들이 사는 둥지를 보면 어미새가 입으로 물어온 벌레를 새끼 새들에게 먹인다. 어미의 부리에 있는 먹이를 서로 받아먹으려고 세네 마리의 새끼 새가 짹짹 거리고 조그마한 부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내음 씨가 가져온 간식을 가방에서 꺼내면 두 딸은 어떤 간식인지 서로 보려고 약간의 장난을 섞어가며 둘이 아웅다웅한다. 만약 가져온 간식이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것이면 다행이다. 둘 다 좋아하는 깨찰빵이나 베이글 혹은 쵸코우유 라면 서로 먹겠다고 난리다. 마치 어미새의 먹이를 먼저 먹겠다고 다투는 귀여운 새들처럼 말이다.

- 유능한 도매상
매일매일 간식이 바뀌어 어떤 것을 고를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게 내음 씨에게는 은근히 어려운 작업이다. 내음 씨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식료품을 납품하는 도매상이면 가게 주인으로부터 발주를 받아 그걸 그대로 준비해서 가지고 가면 되는데 내음 씨의 지금 상황은 정확히 말하면 가게 주인과 도매상을 겸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작정 아무 간식이나 가지고 가면 내음 씨의 아내나 아이들의 좋아하지 않는 간식일 수 있어 기껏 가지고 가서 결국 내음 씨가 잔반 처리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가족에게 점수를 따는 것도 실패고 어릴 때부터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면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혼이 났던 내음 씨는 결국 유통기한 전 먹고 싶지 않아도 그것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에 다이어트도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내음 씨는 신중하게 생각한다. 집에 있는 재고를 파악하고 가족들의 최신 입맛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지고 온 간식이 좋은 호응을 받고 제때에 소비된다.

- 보관은 어디에
내음 씨의 집에서는 가지고 온 간식을 어느 곳에 놓느냐는 너무 중요하다. 만약 가지고 온 간식을 가족들이 너무 보기 쉬운 곳에 놓는다면 내음 씨는 졸지에 저녁 늦은 시간에 불필요한 야식을 부추기는 악인이 된다. 그래서 가족들이 출출하거나 입이 심심할 때 ‘집에 뭐 먹을 것 없나’하고 찾으러 다니는 루트에 간식을 잘 놓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내음 씨의 두 딸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먹을 것을 놓는 장소가 다르다. 때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을 언니 혹은 동생에게 뺏기기 싫어 다른 곳에 보관을 하기 때문에 이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 진열의 중요성
내음 씨가 가지고 온 음료는 대개 냉장고에 보관된다. 이 음료를 진열할 때 몇 가지 생각할 사항이 있다. 탄산음료나 쵸코/딸기/바나나 우유같이 너무 달거나 자극적인 음료는 한 곳에 모아놓지 말고 분산시켜야 한다. 아이들이 너무 그것만 먼저 연달아서 먹게 되면 아내가 좋아할 리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나마 몸에 좋은 차 종료의 음료도 섞어 놓아야 한다. 학원시간에 항상 쫓겨서 큰 딸이 언제나 나가기 직전 냉장고에서 가장 앞의 음료를 그냥 빼가지고 가는데 가끔은 건강에 좋은 차를 마시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제품을 비치하는 마케팅의 원칙은 내음 씨의 집에서도 똑같이 필요하다.

내음 씨는 이제 퇴근을 하면 오늘도 가방에서 간식을 내어 놓을 것이고 그것을 본 아이들과 아내가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하고 설레어 퇴근길이 조금 더 가벼워질 것 같다. 힘들고 힘들고 힘든 시절이지만 어떻게든 살려고 하다 보면 살아진다고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게 조금이라도 덜 울 수 있게 안감힘을 써보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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