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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스 Mar 08. 2021

개학

개학 이야기를 일주일이나 미뤄서 할 만큼 정신없지만

해도 해도 같은 일이 반복인데,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어서 다시 하루를 살아냅니다.


개학 첫날입니다. 신입생이 많이도 왔습니다. 두 명이 지원을 했고 물론 그 두 명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대안학교들도 그렇고 다들 힘든 이맘때는 더 소중한 두 명입니다.


두 명으로 학교가 되겠습니까만, 한 명은 지원서에 이런 학교가 있어줘서 소중하답니다. 오갈 곳 없는 자신이 그래도 있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고맙다고 적어줬습니다.


한 명, 그 단 한 번이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울컥했습니다.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흔들리며 지나온 날들이 그렇게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타고난 시인일 겁니다. 아직 시를 썼는지 시를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지나가는 사이렌 소리를 좋아하고 재즈를 좋아하거나 회화를 감상하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작고 소중한 장면들을 수집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말 수가 꽤 적은 사람이라, 더더 좋은 시인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시 수업을 열게 되는데, 선택수업이라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같이 시간을 보낸다면 제가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날은 매번 실패인데, 그렇다고 꼭 실패일 수 없는 건 지나온 길에 감동 하나씩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중한 감동이 둘입니다. 하나면 우연이지만, 둘이면 우연은 아닐 것이라, 잘하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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