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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스 Jun 09. 2021

푸른 마을버스를 타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책상을 조금 뒤로 밀고

너는 내 무릎 위로 앉아 날 안아준다

쓸데없는 일로 또 걱정을 하러 나선 어깨를 보고  

가슴이 가슴으로 느슨하게 닿는다


푸른 마을버스

교통카드 갖다 대듯

속 좁은 나는 고만큼의 마음만 내어주고

너의 온 마음을 타러 오른다

버스엔 어제의 나 그제의 나

아직 내리지 못한 지난날과 함께

마을 한 바퀴를 돌아온다


창 밖엔 비틀거리는 사람들 밤을 닫는 사람들

털레털레 언덕을 오르는 어깨도 보이고

넓은 마을을 다 돌고 돌아온다


어깨 위로 꼭 안아준 동그란 원이

단단히 붙들어야 할 버스 손잡이처럼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너는 이렇게 넓어서

나는 막차를 타고 오르는 밤골목처럼 

이렇게 고요해진다


가사 없는 잔잔한 노래

별이 지는 속도보다 늦게

오래도록 의자 위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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