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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내 고향

- 민둥산 초록의 억새길을 걸으며(2)

by 갈대의 철학

하늘아래 내 고향

- 민둥산 초록의 억새길을 걸으며(2)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절이 오고 가는 길목에 서면

바람 따라 아득히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에


초저녁 이슬에 젖어든

곤충들 날개가 달빛에 그을려

타다만 날개가 부르짖을 때

이미 가을하늘을 기다리며

날아오를 채비를 합니다


나는 민둥산에 올라

파란 하늘 아래 누워

저 하늘에 구름이 어디로 흘러 흘러

떠나갈지를 몰라


파란 하늘 아래

간간이 햇살이 비친 구름 사이사이로

내 고향 멀리 바라보노라니


쪽빛 하늘아래

신록의 푸른 잎들에

가을이 머지않음을 느끼며

다가서 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밤하늘에는

여름 별자리들로 가득 차겠지만

다음날 아침 동이 트기 전


동쪽하늘 어슴프레 떠오른

별자리 하나에 내 마음을 달래줄

그 별을 쫓아 그리워합니다


여름하늘 저편으로 흘러가는

바람의 잔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이미

구름의 바람의 마음으로 가득 차는

가을을 기다려 달려가고 있습니다


뜨거울수록 식어가는

내 청춘의 마지막 몸짓에

다가오는 민둥산의 가을 아래 누인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나는 바람 따라


흩날리는 내 머릿결을

갈대 대신 위로 벗 삼을

억새의 울음의 몸짓을 기억합니다


2024.6.10 정선 민둥산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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