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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되돌아볼 나이가 되어갔을 때

- 낙엽들의 행진

by 갈대의 철학

세상을 되돌아볼 나이가 되어갔을 때

- 낙엽들의 행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세상을 되돌아볼 나이가
되어갔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알게 되었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을
낙엽들의 행진 속에서
제 아무리 나뭇가지를
붙잡고 흔든다고

떨어져 흩어질
마지막 잎새가
그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밀 때도
흔들릴 그대가

더더욱 아니었기에

낙엽의 흔들림에
잎새의 파동에 잠시 스쳐 지난
전율의 흐느낌은

그대와의 추억의 소환이
마지막 마음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그러나 이내 마음은
여린 새가슴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올망졸망 안절부절못하지 못해
낙엽진 거리를 배회하다


어느 낙엽진 침대에

지쳐 쓰러진 채 잠이 드는

그대의 요람이 되어간다


2025.11.18 어느 가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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