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奚琴)
- 은한
시. 갈대의 철학[蒹葭]
가야금 12줄 사랑에
고향 떠나온 십리 타향살이라지만
님 떠나온 고갯마루 길마다 넘나드는 이에게
아리랑 길 사연 들어 달라
애환도 실어 보내 달라 하다 보니
어느새 그대의 몫은
나그네의 마음을 지척에 두었더구나
네 곁에 서면
한 마리 학처럼 날아올라
한 올 한 올 수놓을 때마다
하나하나의 선율에 닿는 마음이
인연 된 억겁(劫)을 만나게 되고
거문고 6줄 사랑이
오작교를 건너야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는
기다림 길의 끝이라지만
떠나간 님 언제 다시 만나려나
오매불망 기다려온 마음을 곁에 두어도
이른 새벽 먼길 찾아 나서는 마음은
익히 까치가 정답게 지저귀어도
님 소식 아득하게 들려오기만 하더이다
애태우듯 타는 듯한 마음을 두고
어깨에 매인 통기타 연주에 흥을 돋워 다가섬도
팔자에 없는 사랑가 타령도 불러보고
그 소리를 익히 켜는 심정을 담아본 들
바다의 깊은 마음을 어찌 알겠냐마는
일 년이 아닌 십 년을 기다린들 어떠하랴
아쟁 7줄 사랑이
행운의 목줄을 안겨다 주는
너에 대한 구수한 소리라 칠세면
이 세상의 행복을 모두 담는다고 자랑타 마라
그 소리의 마음을 애잔하게 울려도
네 마음이 어디까지 인지는 알 길이 없나니
해금奚琴 2줄에 닿는 사랑아
천상에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한쪽 날개의 퍼드덕임에
네 마음도 들켜주고
다른 쪽 날개짓에 날아오르는
그대 이상의 나래를 꿈꾸면서 말이다
하늘의 천심天心을 들려주는 너의 마음이 있어
땅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마음이 되었고
그 둘의 마음이 바다를 헤아리는 마음과 같았더구나
그대의 해금된 마음이여
슬픈 바다의 애곡을 위한
사랑의 아리아를 들려 주오
제 곡조를 이기지 못한
나의 슬픔은 뒤로 한채로
바다 위 벼랑 끝에 놓인
낙락장송의 마음도 불러 주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함께 하고
잊히며 묻혀 가는 것이 세상살이 라 여기며
어쩌면 너와 나의 숙명의 만남도
바람과 같은 존재였나 싶더구나
외로이 지나는 바람소리도
의로이 지킬 수 있는 고운 자태도
떠나온 뱃고동의 울어 치는 소리도
그 사랑은 파도가 되고
이 사랑은 갯바위가 되며
떠나간 사랑은 해금을 타고
떠나온 바람 소리에 실려 오려나
그대의 사랑을 먹고사는 해금이
익히 바다 같은 마음을 열고 파도를 잠재우듯
그대를 위한 노래였나니
그것은 한 떨기 국화보다 여린
그녀의 삶에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네
[2017.11.27 서울 시민청에서 해금 연주 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