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너희들이 느껴져
- 진짜 태동.
몇주차였을까, 아랫배 안쪽에서 뭔가 ‘톡’ 치는 느낌이 났다. 이번엔 진짜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또 다시 ‘톡’. 이게 태동이구나. 조그만 주먹으로 자궁벽에 노크하고있는거니? 아니면 발구르기 연습? 그래, 너희들 잘 있구나. 엄마도 여기 있어. 둘이 한집에서 사이좋게 37주까지 잘 놀다 나오자.
- 누굴 닮았나.
태동을 처음 느끼고 나서는 태동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한번 기록해봤다. 한번 태동이 느껴지면 안두번으로 끝나지 않고 꼭 여러번으로 계속되는 것 같아서 정확히 횟수도 세어보고 싶었다. 관련 어플이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진통 어플은 무료가 많은데 태동을 체크하는건 유료 하나밖에 없길래 바로 다운받아서 기록을 시작했다. 세어보니 한번 움직일 때 열번도 넘게 빵빵 차고 있었다. 요 녀석들 누굴 닮아서 이렇게 활발하지? 나 닮아서 돌아다니는거 좋아하나? 이 정도면 임신 후반쯤 뱃속에서 더 커지면 태동때문에 꽤나 깜짝 놀라겠는데?
- 2주 뒤 외래.
퇴원하고 2주 뒤, 검사를 위해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2주만에 바깥공기를 쐬니 익숙한 풍경이 어쩐지 생경하게 느껴진다. 썬루프도 열고 창문도 한번 열어봤다. 바람이 차네. 감기 걸리면 곤란하니 바깥 냄새만 슬쩍 맡고는 다시 닫아본다.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을 하고 산부인과 접수를 마치면 다음 단계는 단백뇨검사, 체중, 혈압 검사. 무사히 통과하고 초음파실 앞에서 대기 시작이다. 그래도 외래가 있는 날은 초음파로 연말이 정산이를 볼 수 있으니 긴장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초음파 볼때 일부러 잘 움직이라고 초코우유를 먹고 갔는데 둘이라 우유를 더 먹었어야되나? 각이 잘 안나오는지 초음파실 선생님이 이리저리 기계를 눌러보고 톡톡 쳐보고 밀어도 봤지만 평소에는 잘도 움직이는 연말이 정산이가 오늘따라 잠잠했다. 그래도 콩콩 어른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는 들었으니 마음을 편히먹고 다시 몸을 이리돌리고 저리돌려서 한참을 걸려 초음파로 무사히 아기들을 확인했다. 이때쯤엔 태아치료센터에서 초음파를 보는데, 초음파실 선생님이 자세히 들여다보고나면 교수님을 불러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맥수술로 묶은 노트 아랫부분 괜찮고, 양수 양도 괜찮고, 체중도 괜찮다. 나의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