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일이 처음이었다.

by 김우연



묘생 1회차인 고양이나

아기 고양이가 처음인 집사나

모든 게 서툴렀다.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빵순이가 물면, 나도 물었다.


'아, 아프구나.'

빵순이는 힘을 조절했다.


잠도 못 자게 머리카락부터 물고 늘어지는

그 성질머리를 고쳐보겠다고

나도 빵순이가 잘 때 일부러 귀찮게 굴었다.


괜히 뽀뽀를 하고,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몸을 조물거렸다.


말이 안 통하니,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빵순이는

그걸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한껏 즐겼다.


이 신경전의 패배자는,

나였다.


*


2010년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말보다

'애완동물'이 더 익숙하던 시절이었다.


행동학이니 뭐니,

배워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물고 뜯고 발로 차던 행동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온 힘을 다해

어린 아이처럼 사랑을 표현하던 너를

조금 일찍 알아줬더라면.


조금만 더,

어리광 부리게 해줬더라면.


*


집은 항상 어둡고 긴장이 팽팽한 곳이었다.


빵순이는 내가 가진 모든 걸 같이 버텼다.


스물넷이었던 내가 느끼기에도

버거운 슬픔과 공포를 기꺼이 나눠들었다.

빵순이는 빠르게 철이 들었다.


물론 나도

입양 사기꾼이랑 사는 건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


빵순이는 눈을 떼고 다시 보면 자라 있었다.


순간마다 조금씩, 확실하게

예뻐지고 있었다.


잠깐의 미모 침체기도 있었지만,

결국 입양 사기꾼은

기어코 내 '美의 기준'을

자기 자신으로 바꿔버렸다.


나는 아직도 빵순이만큼

예쁜 삼색이를 본 적이 없다.


두 번 다시 없을 美猫이자,

나만의 고양이.


입양사기꾼, 빵순이.


*


우린 취향이 많이 달랐다.


최애가 위스카스 파우치였던 빵순이는

생선 비린내가 고약할 수록 좋아했다.

육식보다 생선파 고양이였다.


반면, 나는 생선 기피자다.


밥을 줄 때마다 생선 비린내에

나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럼 너는 날 한심하게 쳐다봤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삼겹살 굽는 나때문에

너는 이불 속에 숨기 바빴다.


우리가 안 맞는 건 음식 뿐만은 아니었다.

이해는 못 했지만, 우린 그냥 인정했다.


나는 빵순이에게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그럼에도 빵순이가 오래도록

적응하기 힘들어했던 일이 있다.


둘째였다.


빵순이를 입양하고 한 달만에

나는 또 다른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었다.


이름은, 치즈.


*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내 로망을 실현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갓 취업 한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생각보다 훨씬 생각이 짧고 안일했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착각했고,

그렇게 빵순이를 입양한 거였다.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

같이 있어줄 수 없다면, 입양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애정을 갈망했고,

이뤄지지 않는다면 삶을 버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쩌면 한 생명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면서,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나를 위한 마음으로 빵순이를 데려왔지만,

빵순이는 혼자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둘째를 데려왔다.


결국 내 이기심 위에

또 다른 이기심을 더한 선택이었다.


치즈는 애교 많고,

목소리가 고운 아이였다.



빵순이는 강했다.

진짜 센 누나였다.


빵순이는 원래 성격이 그렇게 셌는지,

아니면 치즈 덕에 누나미가 생긴 건진 모르겠다.


묘생의 시작점에는 한 달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원채 체구가 작았던 빵순이와

기골이 장대한 치즈는 체구가 비슷했다.


위스카스 비린내를 가득 품은 냥주먹으로

몇 대 쥐어박고 나니, 치즈는 순종했다.

역시 제대로 된 누나는 이래야지.


둘은 정말,

사이가 좋았다.


*


집은 매일 시끄러웠다.

활기가 넘쳤다.


애------옹!!!

냐--------앙!


우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닥.


다락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대단했다.


가족들이 없는 시간에 문을 열어두면,

묘적단인 이 깡패들은 온 집을 헤집고

뭐가 됐든 입에 물고 내게 달려왔다.


고양이의 보은, 이런 건 아니고.

선물이라기보다는 자랑에 가까웠다.


"나 이거 잡았다!!"


의기양양한 얼굴이 이렇게 말했다.


귀뚜라미, 바퀴벌레, 매미.

온갖 곤충들이 냅다 내게 던져졌다.


그게 같이 놀자는 신호였단 걸,

나중에 애들이 다 자라고서야 알았다.


어쩐지.

그거 갖다버리니까 되게 실망하더라.


*


막내가 키우던 병아리가 닭이 되었다.

제법 덩치도 커지고, 꽤 사나웠던 닭을

감당할 수 없던 막내가 옥상에 풀어놓고 키웠다.


캣초딩들은 눈만 뜨면

다락으로 올라갔다.


다락의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캣초딩 VS 닭의 심리전은 치열하게 이뤄졌다.


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닭이 분명히 빵순이와 치즈를 보며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는 기분이 든다.


방충망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캣초딩들은 이리 박고, 저리 때려가며

그걸 뚫어보겠다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그런 조무래기들을 보며,

닭은 신명나게 목을 넣었다 빼가며 조롱했다.


슬프게도 그 닭은,

동네 길고양이에게 잡혀간다.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우리는 서툴렀고, 시끄러웠다.


서로 다른 언어와 행동으로 마음을 나누며,

셋이서 매일 맞는 처음을 같이 겪고 배웠다.


매일이 이렇기만 한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날은,

늘 오래 가지 않았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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