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이는 법

충동적인 집사와 극단적인 고양이.

by 김우연

처음에는 내가 빵순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다.


밥을 챙기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아프지 않게 지켜보는 게
내 역할이라고 믿었다.


그게 집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생각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모 아니면 도인 사람이었다.

웬만한 일은 다 참고 넘기다가도,
한 번 선을 넘으면
아예 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쪽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인내심이 아니라,

불치병처럼 튀어나오는 충동성이었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결과보다는 내 마음이 우선이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구조 요청 글 하나를 봤다.


보호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진 고양이들을 부탁한다는 글이었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생각은,
그 다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성묘 두 마리를
임시보호하게 됐다.


그 선택은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다.


고양이들은 서로 불편해했고,
낯선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히 한 아이는 밤마다 울어댔다.


처음엔 환경 때문인 줄 알았다.

두 번째는, 상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탓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루, 이틀, 사흘.

잠을 거의 못 잤다.


그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삶을 잠식하는 소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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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지쳐갔고,

빵순이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상하게 평소같지 않았다.


서열 싸움도 없었고,
대놓고 공격하는 일도 없었다.

빵순이와 임보 아이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 했다.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 한 달쯤 됐을 때,

두 아이는 함께 입양을 갔다.


빵순이와 나는 겨우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날, 오랜만에

빵순이의 코골이를 들었다.
흔들어도 깨지 않을만큼 깊게 잠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런 경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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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졌다.


아.

참고 있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나의 '선의'가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내 사랑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했다.


시장에 잡혀 들어간
아기 고양이들을 보게 됐다.

그 아이들은 일명 '나비탕'이 된다고 했다.

너무 충격이었고, 그만큼 마음이 아팠다.


빵순이가 처음 올 때정도의 아이들이었다.


이번에도 난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기니까 괜찮겠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집 안에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뛰어다니기 시작한 날부터.


빵순이는 먹지 않았다.

마시지도 않았다.


분노 대신 인내를 선택한 빵순이의

단식 투쟁은 하루 이틀을 넘어

6일차에 접어들었다.


결국 빵순이는 초록색 토를 했다.

담즙이라고 했다.

위험했다.


나는 빵순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자초지종을 설명 드리고,

급하게 빵순이는 검사와 수액 처치에 들어갔다.

빵순이가 없는 자리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고양이는 며칠만 굶어도 위험해요.”


아팠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충격이었다.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빵순이는
그걸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 불안을 알아주지 못했을까.

누구보다도 그 불안을 잘 아는 게 난데.


그날 이후로 나는 완전히 바뀌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빵순이를 찾았다.


물을 마시기 전에 빵순이의 물그릇을 갈았고,

출퇴근 할 때마다 빵순이의 이름을 불렀다.


내 하루의 기준이 빵순이가 됐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안정적이었다.


빵순이는 내 충동성을

확실하게 제어한 유일한 존재였다.


고치려 해도 안 되던 것들이,
이상하게 이 아이 앞에서는 멈췄다.


나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지는 않게 됐다.


나는 빵순이를 키운 게 아니라,

빵순이에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들여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몇 번이고 사고를 쳤다.


다만, 반복하지 않았다.

빵순이가 허용한다면 그건 사건이었고,

불허한다면 사고였기에 똑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빵순이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어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순간에도

절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서로를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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