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찾아온 예상 밖의 손님

by 조아서

산모들이 두려워하는 검사가 있다. 임신 중기가 되는 24주차에서 28주 사이에 검사하는 임신성 당뇨(줄여서 임당)다. 공포의 임당 검사라고까지 칭한다. 임당이라고 하면 엄마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력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혈당 높은 식습관을 갖고 있을 것이다.' 등.


정상 임산부는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지만, 임신성 당뇨병에 걸린 임산부에게는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할 만한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증상은 없고, 산전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된다. 급격한 체중 증가를 조심하라는 것인데, 입덧 때문에 상큼하고 단 과일을 겨우 먹을 뿐이고 입덧이 끝나면 보상 심리처럼 다 아기를 위해서라며 스스럼 없이 먹는다.




나는 급격한 체중 증가는 없었지만 임당 검사를 하기 불안했다. 20대 때 건강검진을 하면 늘 공복혈당이 주의로 나왔다. 가족력은 없었지만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지녔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건강하게 먹기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사과와 피넛버터로 아침을 먹고, 빵보다는 방울토마토와 무가당 두유로 간식을 대체했다. 일부러 의식해서 고칼로리 음식을 덜 먹었다. 임당 검사 일주일 전부터는 샐러드만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 당일, 재검 검사 전화가 있다. 검사도 끝났겠다 일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편과 맛있게 순대국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내 마음처럼 깊고 뜨거운 국밥이 빠르게 식는 듯 했다. 이내 곧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데에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임당 관리하는 법', '임당 산모'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나다운 할 일이었다. 자책과 감정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이미 '임당 확정'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고, 메모장에 해야 할 일을 가득 채웠다. 혈당 측정기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디서 구매해야 되는지, 임당 확정 후에 어떻게 지원을 받는지, 임당 식단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기록했다.


재검날에도 담담했다. 100g의 포도당을 마시고 한 시간마다 총 4번의 채혈을 한다. 책도 가져가서 채혈을 기다리는 시간을 독서로 채웠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임당 확정이 나왔고, 바로 내과를 방문해 임당 상담을 받았다. 다행히도 인슐린을 투여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과 원장님은 지금처럼 꾸준히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며 임신 기간을 잘 보내면 된다고 산모를 안심시켜줬다. 아이 둘을 출산한 원장님도 임당이었다며 괜찮다고 한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임당이 확정되면,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자기 전까지 하루에 몇 번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 바늘은 안 무서워하는데 매일 손가락을 콕콕 찔러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일 저녁 요리해주는 남편 덕분에 나의 식단을 나보다 더 세심하게 관리하며 함께 건강한 밥상을 유지하고 있다. 양배추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섭렵하는 중이다. 아침에도, 자기 전에도 남편과 같이 채혈침을 찌르며 서로의 혈당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산모의 외로운 관리를 넘어 남편과 함께하는 임당 기간이 되었다.



분명 임신 중 예상 밖의 손님이었다. 하지만 내게 불청객이 아닌, 오히려 좋아!가 됐다.

임신을 준비한 시기부터 아기를 품고 있는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건강이 곧 아기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으니,

내 삶이 아이와 가족의 삶과 한데 엮여 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됐다.

이전 17화자꾸 망각하는 셋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