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다크넛지가 불러올 8가지 미래 위협
최근 메타퀘스트 3의 등장으로 세상이 한 발자국 더 메타버스로 나아간 느낌이 듭니다.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 화려하고 혁신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되는 이면의 어두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의가 일어나지 않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다크넛지가 메타버스와 결합했을 때의 모습 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감정, 경험, 심지어 소비하는 방식까지 다크넛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만약 다크넛지가 메타버스와 교묘히 결합한다면 우리의 의지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예상할 수 있는 메타버스와 다크넛지의 결합에 대해 상상해 보았습니다.
*다크넛지 : 사용자의 선택을 은밀하게 조종하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가 '더 보기' 버튼을 통해 사용자를 계속 스크롤하게 만들거나, 온라인 쇼핑몰이 '한정 시간 할인'이라며 서두르게 하거나, '최근 구매한 사람' 팝업을 보여주어 구매 압박을 가하는 것 등이 다크넛지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메타버스는 과거 과학 소설이나 비디오 게임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리세계와 디지털 영역을 연결시키려는 인간의 강한 욕망은 메타버스를 빠르게 우리 곁으로 데려 왔습니다. 증강 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점차 2D 인터넷의 종말을 가속화시키며 사용자를 완전히 디지털 영역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범죄율을 줄이며, 여행과 글로벌 경제 등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온라인 쇼핑이나 디지털 오피스등은 두 말할 것 없겠죠. 크게 메타버스가 영향 미칠 분야들을 다음처럼 추려볼 수 있습니다.
게임
여행 및 관광
부동산
산업 및 제조
은행 및 금융
헬스케어
소셜미디어
원격 근무
교육
메타버스의 가장 큰 혜택은 국경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개발 도상국에 수준 높은 헬스케어가 들어가며, 지구 반대편의 전문가와 쉽게 협업하며, 많은 사람들이 맞춤 학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를 장밋빛 미래로 그리는 정보들은 많지만 다크넛지와 결합한 정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메타버스는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UX)의 많은 심리적 트릭들이 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버스가 디지털 세상의 확장이며 게임과 유사한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예상 가능한 다크넛지와 메타버스의 결합에 대해 상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크넛지는 스마트폰 내에서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심리적으로 조용히 조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에서 사용자 행동은 실제 세계보다 훨씬 조작하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가상환경, 즉 몰입한 상태의 상호작용은 70% 이상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이러한 패턴은 사용자가 메타버스 내 특정 행동을 스마트폰보다 더 쉽게 취하도록 합니다.
광고주들은 내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더 직접적이고 자연스레 노출시키고 싶어 합니다. 이때 메타버스의 특성은 매력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 광고와 결합한 다크넛지를 상상해 봅시다.
지금부터 예로 들 메타버스 속 다크넛지는 모두 스마트폰의 UX/UI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 상상입니다.
1) 친한 아바타가 사실 광고?
메타버스 내 아바타는 단순 캐릭터가 아닌 사용자 성격, 스타일, 관심사를 다량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더 몰입감 있는 타깃 광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메타버스 세계에서 친해진 아바타가 있다고 해봅시다. 말도 잘 통하고 내 감정도 잘 헤아리는 것 같습니다. 어째 내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며 칠 간 라포가 쌓여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은근슬쩍 특정 브랜드 제품이나 아바타용 아이템 구매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광고를 위한 친분이었던 것이죠. 이처럼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므로, 광고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정서적 친근함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2) 감정 조작형 광고
아바타는 나의 또 다른 분신이며 다른 세상과 관계를 맺는 매개입니다. 보통 인간의 하루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아바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미래에는 내 하루에 대한 감정 파악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해질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특정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현재 관심사나 감정 상태를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별 관련 게시물을 많이 본다면, 페이스북은 이를 감지해 위로가 될 만한 책이나 여행 관련 광고를 노출하는 식입니다.
이런 페이스북의 광고 타기팅 방식은 메타버스로 넘어올 시 정서적 측면 때문에 더 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가상 보상 시스템
미래의 메타버스는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될 것입니다. 이때 내 아바타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거나 광고를 시청할 때마다 잦게 재시청/재구매를 위한 보상 시스템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 보상 시스템은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 강력한 역할을 합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거나, 업적 및 배지 혹은 사회적 인정 등이 여기 속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궁극적으로는 도파민 방출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1) 특정 행동 - 2) 긍정적인 감정을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정 행동이 습관 형성의 트리거가 되는 셈입니다.
메타버스 세계는 현재보다 훨씬 더 디지털 세상에 로그인된 시간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때 메타버스 세계에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들은 현재보다 더 윤리적 책임을 가지고 신중하게 설계할 것을 요구받을지 모릅니다.
4) 사회적 압력 강화
미래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보다 더 락인 된 다른 디지털 세상이 다수 존재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평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진화한 동물입니다. 즉, 메타버스 속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개인은 지금보다 더 평판에 민감해질지 모릅니다. 디지털 세상 속 친구나 인플루언서의 유행템이나 발언, 밈에 더 강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영향을 외면할 경우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회적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무한 스크롤의 메타버스 버전
사용자가 웹사이트나 앱의 끝에 도달하지 않고 스크롤로 계속해서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는 UX/UI 디자인 패턴입니다. 주로 소셜 미디어, 뉴스 사이트, 콘텐츠 집약적인 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한 스크롤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로드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증진되고 탐색이 용이합니다. 대신 시간을 잊고 너무 많은 정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무한성이 메타버스로 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스크롤 대신 연속적인 콘텐츠 스트리밍입니다. 넷플릭스의 자동 재생과 같이 아바타가 특정 지역에 접근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실시간 로드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은 메타버스 세상이 이론적으로 무한한 가상공간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제약으로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의 끝과 가짓수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무한성이 결합하면 끝이 없는 무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6) 개인화된 가상 환경 조성
아바타는 디테일한 행동 데이터를 남깁니다. 이를 통해 서비스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가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구매율이 높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상 상점의 특가 상품이나 한정판 아이템을 사용자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해 제안할 수 있습니다. 포모 심리를 자극해 긴급성을 조성하고 충동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7) 가상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SNS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현실 세계에서도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세계가 본격화될 때 인플루언서들은 매체 몰입감 때문에 현재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제공할지 모릅니다. 여기에 아바타가 남긴 행동 데이터들이 결합되면 사용자의 욕구는 지금보다 더 쉽게 스캔될 것입니다.
8) 가상 미션과 연계된 광고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게임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메타버스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미션을 풀어가며 자연스럽게 광고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때 동일한 상품 가격이라도 현실(원)과 메타버스(포인트) 간 가격 비율이 다르게 구성해, 더 싸게 구입하는 것 같은 심리적 트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분명 흥미로운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미디어나 도서들은 그 안에 도사리는 디테일한 위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근접한 세계에서 조종하거나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챗GPT가 그랬듯 미래는 우리가 예견하는 것보다 반발자국 빠르고 자연스레 올 것입니다.
'메타버스, 다크넛지와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끝
[우디의 디지털 인문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