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
이 글은 '브랜드다움 찾기 : 핵심가치'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브랜딩을 위해 핵심가치를 정의했다면 이제는 꿈을 꿀 차례다. 우리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Vision)이 무엇인지 자문해보자. 비전은 쉽게 말해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비전을 접한다. 며칠 전 뉴스에서 한 유럽 대통령의 비전이 세계평화라는 것을 들었다. 문명이 발생하고 인류에게 잠시라도 세계평화가 깃든 적이 있을까? 인류는 언제나 크고 작은 분쟁 속에 살아왔다. 사실상 세계평화는 측정 불가능하며, 이를 믿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왜 구호에 불과한 '세계평화'라는 비전이 필요한 것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비전이 없다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전이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미션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션은 비전에 비하면 지극히 현실적 도구다. '세계평화'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미션이 필요할까. 우선 대치중인 국가가 있다면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서로 군수물자를 줄여나가는 외교적 활동도 중요할 것이다. 전쟁의 소모성을 알리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작은 분쟁들은 기아에서 기인하니 선진국의 지원도 고려대상이다. 이러한 미션들이 곧 세계평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비전 없는 세상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나은 세상일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션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비전을 향해 돌을 미는 시지프스와 닮아있다.
이전 글에서 가상의 유통 브랜드 'A'를 통해 핵심가치(Core Values)를 아래와 같이 설정했다.
거품이 빠진 :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줄여 고객에게 좋은 가격으로 상품을 전달한다.
스마트한 : IT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혁신한다.
캐주얼한 : 대중의 눈높이로 시장을 바라보기 위해 격식을 내세우지 않는다.
이러한 핵심가치를 지닌 A는 어떠한 비전(Vision)과 미션(Mission)을 품을 수 있을까? A는 IT로 유통과정을 혁신해 가격 거품을 없애고,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가정했다. 이를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브랜드 A의 비전 : 모든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유통과정을 누릴 수 있게끔 한다.
이제 브랜드 A의 비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게끔 아래와 같이 미션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유통 :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줄이기 위해 매 순간 유통구조를 분석하고 공부한다.
쉬운 구매 : 언제 어디서나 손쉬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유통에 능통한 IT 전문가가 된다.
지속적 케어 : 제품을 구매한 고객 편의를 세심히 살핀다. 한 번 구매가 아닌 평생 구매를 목적으로 한다.
에어비앤비 오피스에는 크게 'Belong Anywhere'이라고 쓰여있다. 에어비앤비 이전에는 숙박하면 호텔의 대안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개인의 집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잠을 잔다는 것이 이상했다. 국가에 따라 법적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대명사가 되었고 비전을 실현 중이다.
에어비앤비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미션은 아래와 같다.
brand's highest emotional ground.
- a world where home can be everywhere.
community experience & drivers.
- local experiences personal hospitality.
brand & product truths.
- empowered hosts magical to use.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준 높은 호스트를 만났던 기억이 난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홍콩의 작은 동네였다. 구글 맵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재래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집이었다. 녹슨 문을 밀자 굉음이 났다. 문이 열리자 공간에 스며든 이국적 향기가 코를 찔렀다. 테이블 위에는 삐뚤하게 써진 환영한다는 영어 메모와 현지 과일이 놓여 있었다. 시큼하고 단 맛이 적은 과일이었다. 호스트가 준비해둔 동네 지도를 참고해 저녁을 먹고 현지인처럼 동네를 산책했다. 이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호스트는 상냥하게 대응해줬고, 호텔과는 다른 뜻밖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2019년에는 그들의 비전을 잘 표현하는 캠페인이 있었다. 그 해는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인 피라미드가 지어진지 30주년이었다. 루브르는 에어비앤비와 함께 1명을 추첨해 동반자(1명)와 피라미드 속에서 숙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일회성이긴 하지만 그들의 비전을 잘 표현하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밤 사진 속 두 커플은 모나리자 앞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비너스상이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이번 글에서는 핵심가치 정의 후 비전과 미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타깃을 설정하고 그들에게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페르소나에 대해 다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