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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May 14. 2020

타깃과 페르소나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

이 글은 '브랜드가 꾸는 꿈 : 비전과 미션'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핵심가치와 비전, 미션이 설정되었다면 타깃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자원이 한정된 스타트업에서는 타깃 *세그멘테이션을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20대 직장인 남성'이나 '30대 주부'같은 모호한 타깃 설정으로는 부족하다. 이를테면 '을지로에서 와인을 소비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으로, 디자인과 관련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처럼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중요하다.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마케팅 용어로 '세분화'라는 뜻. 줄여서 Seg.라고 쓰기도 한다.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고자 할 때 처음부터 시장 전체 수요가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 세그멘테이션 전략에서 기업은 시장의 공통적 수요와 구매행동을 묶어 층으로 나눈다. 이후 상품과 관련된 층의 욕구에 맞추어서 제품을 제공한다. 세그멘테이션 기준에는 크게 인구 통계적 세분화(연령, 성별, 가족수, 소득, 직업 등), 지리적 세분화(나라, 지역, 주, 도시 등), 심리 묘사적 세분화(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사회계층, 개성 등), 행동적 세분화(제품에 대한 태도, 사용률, 충성도, 추구하는 혜택 등)가 존재한다. 이를 모두 활용하는 복합적 세분화도 존재한다.



팬덤과 타깃

브랜딩 과정 중 타깃 설정이 필요한 이유는 작지만 확실한 팬덤을 만들기 위함이다. 서비스가 출시되는데 처음부터 대중 다수를 겨냥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청바지를 브랜딩 한다고 가정해보자. 세상에 청바지는 셀 수 없이 많고, 다리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원하는 워싱도 제각각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타깃이 고려되지 않은 무난한 청바지가 출시된다면 어떨까.

    에디 슬리먼 시절 디올 옴므는 깡마른 남자들만을 위해 스키니진을 디자인했다. 29인치 이상의 바지는 제작되지 않았고, 모델 몸무게는 60킬로를 넘지 않았다. 세상은 남자답지 않다며 조롱 일색이었다. 하지만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 이후 스키니진은 청바지 핏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라이프스타일과 타깃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저마다 다른 배경 속에서 형성된다. 이는 소비패턴에 직접적 영향을 주며, 유사 상품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집채만한 할리를 타는 수염 덥수룩한 마초 무리나 애플 제품을 유독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그중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는 파타고니아는 선호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브랜드 중 하나다. 환경보호에 대한 철학 때문인지 고객 러브마크가 많은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과거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자신들의 제품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환경을 위해 사지 말라는 것이다. SPA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와 완벽히 역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광고 후 파타고니아 매출은 오히려 상승했다.


Don't Buy This Jacket!


내 주위 꽤 오랫동안 파타고니아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후리스와 피쉬 티셔츠를 즐겨 입는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30대 중반 남성이다. 미니멀리즘적인 삶을 지향하며 그의 구체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미니멀리스트인 그는 삶이 유지되는 한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려 애쓴다. 주기적으로 물건을 버린다. 약 10년 가까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카메라는 없다. 대신 아이폰을 사용한다. 경기 지역에 월세로 거주 중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다. 차는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다. 플라스틱 용기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SPA보다는 값이 더 나가는 기능성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성애자지만 LGBTQ를 지지한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 생각은 없다. 아내는 10살 연상이다. 채식을 선호하고 술은 잘 마시지 않는다. 최근 샐러드 배달 서비스 이용을 시작했다. 커피에 심각하게 중독되어있다. 스타벅스보다 블루보틀을 좋아한다. 테이크아웃 시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달라고 한다. 한 달에 한번 독서모임에 나간다. 자기 개발서보다는 인문학을 선호한다. 그의 디바이스에는 여행, 일본어, 사진 필터와 관련된 앱이 잔뜩 깔려있다. 주기적으로 아이폰 사진들을 클라우드로 백업한다.



브랜드 인격,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쉽게 말해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해 놓은 것이다. 타깃 군이 선호할만한 이미지로 페르소나가 설정되어야 효과적이다. 참고로 실무에서는 개인 경험이나 추측보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페르소나 설정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30대 남성에게 파타고니아를 의인화하면 어떤 사람일 것 같냐고 직접 물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자신이 미래에 꿈꾸는 중년 이미지와 파타고니아 페르소나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 클라이밍, 서핑, 스키 등의 전문가. 활동적인 사람. 정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인위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흰머리가 생겨도 염색하지 않는 사람. 외골수 기질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철학가.


그리고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르(Yvon Chouinard)


위와 같은 인격을 지닌 페르소나를 ‘김파타'라 부르기로 가정해보자. 실무에서 페르소나가 설정되면 팀 내 커뮤니케이션에 구심점이 생긴다. 브랜딩 관련 논의 시 사전 설명 없이도 다음과 같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광고가 김파타와 어울릴까?', '김파타라면 이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김파타는 빨간색 보단 파란색이 잘 어울리지’.

잘 설정된 페르소나는 커뮤니케이션의 경제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번 글에서는 핵심가치 정의 후 타깃과 페르소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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