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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Nov 05. 2020

예쁜 디자인이 중요할까?

UI/UX에서의 심미적 사용성 효과

'예쁘다'는 말은 종종 천대받는다. 예쁜 것을 볼 때 겉만 번지르하고 알맹이는 빠져있을 거라 추측하는 *인지 편향{Cognitive bias} 때문이다. 정말 그런 경우도 있지만 디자인에 있어 아름다움은 생각보다 더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UI/UX 분야에 MVP 강조나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아름다운 디자인의 가치가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생겼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효율과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 글을 공유하고자 한다.



예쁘다 혹은 심미적이다

오늘날 디자인에 있어 '예쁘다'는 단어는 의미가 심각하게 오염되어있다. {언어의 속성상 동사보다 형용사가 의미적 오염이 더 강하다.}

    실무에서 디자인 의도를 비칠 때 '예쁘니까'는 사실상 디자이너의 금지어에 가깝다. 단어가 발화되는 순간 {생각 없이 예쁜 것만 추구하는 디자이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논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 탓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가치다. 디자인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면 예쁜 것을 표현할 상대적으로 때가 덜 탄 단어에 갈증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어로 적당한 것은 '심미적' 혹은 '심미성'이다. 이 단어에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의식과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라는 함의가 함께 들어있다. 심미성은 비합리적일 때가 많고 주관적이며 감성적이다. 그래서 논리만으로 심미성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감각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미성은 시대와 국가, 민족, 사회, 유행,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국가별 선호하는 시각언어{Visual Language}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동성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소중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심미성은 합리성, 혹은 기능성과 구별되는 개념이지만 대척점이라기보다 함께 추구해야 하는 것에 가깝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룰 테지만 <좋은 디자인>은 이 두 가치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디자인 시스템과 효율화가 우대받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심미적' 디자인을 추구할 필요가 생겼다. 지금부터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인지 편향 :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비논리적인 추론에 따라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패턴.



사용성과 심미성

UI/UX에서 보기 좋은 디자인은 생각보다 사용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는 인터페이스를 대할 때 심미적인 디자인을 '더 사용하기 쉬운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995년 히타치 디자인 센터{Hitachi Design Center}의 연구원 쿠로스 마사키, 카시무라 카오리는 아름다움과 사용성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둘은 실험 참가자 252명에게 26종류로 디자인된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인터페이스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각 디자인의 사용성과 미적 매력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시각적 매력이 있는 인터페이스가 높은 사용성으로 연결되는 심리적 패턴이 다수 포착됐다.(예제는 결과의 일부)

출처: 쿠로스와 카시무라, 1995


아름다운 것이 꼭 사용하기 쉬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형은 사용성에 심리적 영향을 끼친다. 심리학자 앨리스 아이젠은 실험을 통해 시각적으로 행복한 상태에 놓이면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창조적 사고가 촉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심미적 제품을 보고 문제 해결 능력이 활성화된 사용자가 ‘아 저 제품은 사용하기 쉽겠네’라고 어림짐작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노엄 트랙틴스키의 ‘아름다운 것이 사용하기 좋다’라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본 후 신용과 신뢰를 연결 짓는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금융 관련 앱은 신뢰를 위해 보안만큼이나 심미성에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000년 심리학자 노엄 트랙틴스키{Noam Tractinsky}를 비롯한 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아름다운 것이 사용하기 좋다 {What Beautiful is Uable}'라는 연구에서 쿠로스와 카시무라의 연구 결과가 다시 입증되었다. 더 나아가 인터페이스의 심미성은 사용성에 관한 사용자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미성이 신용 같은 신뢰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중"



미적 관대함과 심미성

미적으로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이는 해당 디자인의 사용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추측으로 연결된다. 심리학자 안드레아스 존데레거는 2010년 이와 관련 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60명의 청소년에게 기능은 같지만 시각적 호감도 면에서 차이가 나는 두 종류{A type/B type}의 핸드폰을 사용해 특정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현재 관점에서 A type의 시각적 매력 역시 떨어지는 편이지만 당시에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험자 대부분 디자인이 뛰어난 A type 임무 수행의 질이 B에 비해 훨씬 높게 나왔다. 시각적 매력도는 작업에 드는 총 시간 비용을 줄이며, 설사 사용성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관대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험에 사용된 2가지 모바일 디자인
디자인이 아름다우면 긍정적인 감정 반응이 일어날 뿐 아니라,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인식이 커진다. 다시 말해 보기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뇌에 반응을 일으켜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심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라고 말한다. -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중"



첫인상과 심미성

넛지(Nudge) 저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자동 시스템(Automatic System)' '숙고 시스템(Reflective System)'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자동 시스템은 직관적이고 자동적 사고방식을 뜻하며, 숙고 시스템은 분석적 사고를 뜻한다. 물론 인간에게 두 시스템은 모두 중요한 것이다.

    익숙한 출근길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모퉁이를 돌 때나 조금 복잡한 골목길이 있어도 대부분 깊은 고민 없이 걸어갈 수 있다. 음악을 듣거나 딴생각이 가능한 이유도 자동 시스템 덕분이다. 운동선수들 역시 훈련을 통해 자동 시스템을 강화한다. 1초로 승부가 판가름 나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자동 시스템은 빛을 발한다. 산책길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반사적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자동 시스템은 고민의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뇌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숙고 시스템은 신중하고 의식적이다. 누군가 614x893이라는 문제를 내면 우리의 자동 시스템이 중단되고 숙고 시스템이 가동된다. 복잡한 금융 업무를 볼 때나 연봉 협상 시에도 숙고 시스템의 신세를 진다. 숙고 시스템은 자동 시스템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뇌가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는 인지적 구두쇠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숙고 시스템이 없었다면 인류는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서 무의식적 결정을 해왔을 것이고 많은 부분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의 특징


그렇다면 심미성은 이 두 가지 시스템중 어느 것과 관련이 있을까? 정답은 자동 시스템이다.

보통 사람이 웹사이트에 관한 첫인상을 형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밀리 초 이내, 즉 20분의 1초 안이라고 한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이를 결정짓는 데 색이나 형태 같은 시각적 매력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무서운 사실은 순간적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사이트에 더 오래 머물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심미성은 인간의 자동 시스템 즉, 20분의 1초 안에 내리는 첫인상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후 바로 지운 앱의 숫자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웹이나 앱 디자인 시 심미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름다움과 유용성

애플 디자인 철학의 토대가 된 디터 람스의 생각들은 여전히 동시대적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담은 10 계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불변의 법칙이라기보다 디자이너의 '자세'에 가깝다. 세계의 많은 디자인 회사 사무실에는 아직도 디터 람스 10 계명이 붙어있다. 지금부터 그의 10 계명을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은 강조된다.

*텍스트 원문은 디자인 하우스에서 발행한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 계명'에서 가져왔고 약간의 의견을 보탰습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기존 제품 형태를 모방하거나 새로운 디자인 그 자체만을 위해 디자인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의 말에서 '혁신'은 결코 빠지지 않는 단어로, 어떤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나은 혁신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제품의 효용성을 최적화하는 것.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 '기능적'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는 스스로를 '디자인 공학자'로 이해했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그는 미적인 부분이 유용성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잘 만들어진 제품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미적인 것은 감각의 영역이기에 아무리 논리로 무장해도 이 부분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디터 람스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디테일에 집착한다. 브라운 제품이 오늘날까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애플 제품이 설명서가 필요 없듯, 브라운의 제품도 그러하다. 제품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드러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잘 만들어진 시각적 단서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잘 만들어진 제품은 거창한 설명이 필요 없다.


5)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제품은 도구와 같은 것. 장식품도 아니고 예술품도 아니어야 하며, 언제나 중립적이어야 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그에게 제품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더 잘 설계 해나가게 하는 대상일 뿐이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과시적인 작업은 결코 하지 않는다. 원래 기능보다 더 혁신적이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사용자에게 헛된 약속을 해서도 안 된다. 그는 이것이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제품 수명을 연장시킨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환경을 생각한다는 부분과 다시 연결된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디터 람스는 어떤 요소도 애매하거나 우연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난 언제나 디테일을 사랑했다.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디테일 없이 아무것도 성립하지 못한다. 정말로 디테일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디테일이 품질을 결정짓는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UI/UX에서도 이와 비슷한 심리학 법칙이 있는데, 바로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이다. 인간은 경험 전체의 평균이나 합계가 아니라,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에 느낀 감정을 토대로 경험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디자인은 피크 엔드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용자 경험 설계 시 마지막 부분과 중요 부분의 마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에도 기여하며,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에 플라스틱이나 철재를 사용해 디자인한 것은 사용 기간을 늘려 버려지는 횟수를 줄이고자 한 측면도 있었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핵심에만 집중하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단순한 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의 핵심이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Less but Better'다.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디터람스에서 아이팟까지”



"훌륭한 사용자 경험은 형태와 기능이 항상 함께 작동해야 한다."



[참고 자료]

1) UI/UX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 존 야블론스키

2) 넛지 : 리처드 탈러

3) 모든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22가지 기본 UX 법칙

4) 미적 유용성 효과

5) 디터 람스 10 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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