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이야기(story-telling)만큼 싫어하는 말이 ‘솔루션(solution)’입니다. 솔루션은 사람이나 조직을 기계처럼 대하는 태도가 은근히 깔립니다. 사람이나 조직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것이 꼭 기계론에 토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영학은 대체적으로 유사 과학의 경향성을 띱니다. 사람을 자원으로 이해하고 조직은 개발이나 개선 가능한 기계 덩어리처럼 다룹니다. 문제를 설정하고 찾아 일정한 공식, 주로 인력과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면 해결책이 뚝딱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간혹 먹히기도 하구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스스로’•‘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회의를 느낍니다. 하지만 3가지 정도의 시도, 애를 쓰는 겁니다. 다들 쓰는 방법이구요. 우선 미리 미리 공부하고 문제를 맞딱뜨리면서 또 공부하는 거지요.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라고 합니다. 한때도, 요즘도 유행하는 말입니다. 국내에선 드물지만 CLO(Chief Learning Officer) 혹은 뉘앙스가 좀 다르긴해도 CKO(Chief Knowledge Officer)를 영입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겁니다.
다른 방법은 새로운 인재 영입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을 혁신하는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 오도록 만드는 거지요. 좋은 사람이 들어오고 그 사람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납니다. 고인 물과 새로운 물이 만나면 탁도가 옅어질까요?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자리가 이 순간, 이 지점입니다. 좋은 결말을 바라지만 글쎄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끊임없이 시도하는 수 밖에요. 조직 사이 장벽을 낮추는 시도 역시 엇비슷한 거지요.
마지막으로는 연대와 협업(콜라보)입니다. 유사 협업 혹은 이종 교배라 여길 정도의 과감한 조합으로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기업과 기업이 협업을 하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상승작용(시너지)을 경험하는 거지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건강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좋은 관계 맺음’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다른 세계를 사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입니다. 엇비슷한 고민, 엇비슷한 규모, 끼리끼리 모이면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요? 천만의 말씀•만만에 콩떡입니다.
생명이 환경에 적응하는 물리적 방법은 적응•순응이고 유전학적 방법은 이종 교배였습니다. 다른 차원의 형질을 얻으면서 차원이 달라지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적응, 또 다시 차원을 뛰어 넘는 무수한 과정입니다. 한 개인이나 조직의 지도력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과감하게 사람을 들이고 다양한 이들과 연대하며 서로 배우는 조직이 되는 게 가능할까요?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자체 순환이 가능한 순간 ‘가두기와 걸어 잠그기’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려 듭니다. 그 순간 문제가 스멀스멀, 위기가 닥칩니다.
뽀족한 해결책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디 쉽나요. 만병통치 솔루션이니, 올인원 솔루션이니, 맞춤 솔루션이니, 말이니까 쉽지요. 사람이나 조직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니까요. 속 시원한 해답은 애초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뒤뚱뒤뚱, 엉금엉금, 우충좌돌 헤매면서 가는 겁니다. 새로운 길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다만 좋은(good) 이야기를 듣고 참고할 순 있겠네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쓰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들어보는 거지요. 들어보면 반짝 떠오르는 게 있을껍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종교적•학문적 지도력에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고, 어떤 조직이 그 지도력을 중심으로 피라미드화 되는 것에 우려를 느낍니다.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요. 공부도 안해, 책도 안 읽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들이지도 않아,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나 아랫사람에게 겸손하게 듣거나 배우지도 않아,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복지부동하거나 이탈, 유사 업종, 다른 영역으로의 수평 이동은 더욱 더 가속화 될껍니다. 결국은 사람인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