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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율 Feb 24. 2022

Good Pianist

음악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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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you are a good pianist.'


나의 연주를 끝까지 들으신 선생님께서 하신 첫 말씀이셨다.


그때만 해도 미국 사람들은 칭찬에 후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며, 그냥 지나갔었는데,


힘들었던 유학 1년차, 1년동안 첫 레슨을 제외하고, 칭찬을 한번도 못들어 오며, 선생님께서 칭찬을 남발하시는 스타일이 아니시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이제껏 내가 쌓아왔던 많은 것들을 부서뜨려야만 하는 시간들을 겪었다.


나의 생각과 태도, 음악에 접근하는 법, 나의 음악을 찾는 법 등...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내 음악이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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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박사 졸업생.


음대생들은 악기를 들고 다녀서 그런지, 톡톡튀는 개성때문인지, 겉은 화려하게 보여도, 그들의 일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 단순하고, (성실하다못해) 혹독하고, 처절하다.


예민하고, 경쟁적이고, 의기소침해지고, 실패하고, 성공한다.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다른 전공과 마찬가지인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긴 하였지만,)


음대 졸업생들의 취업이란 그들의 화려하면서 혹독했던 삶만큼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하는말이, '이럴줄 몰랐다'는 거다.


전공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지,

전공의 끝이 어떨지,

모르고 시작했고, 하다보니 잘해서 권유받았고, 너무 좋아하니 계속하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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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를 팔아 사람이 된 인어공주처럼, 내 영혼을 음악에 팔아버린 피아니스트로 꽤 오랫동안 살았었다.


친구가 없고, 소통이 없고, 음악외의 삶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나도 사실 의아하다.


오늘 티칭을 끝내고, 학생이 하는 질문을 계속 곱씹어 보며, 레코딩도 듣고, 몇번 연주도 해보면서,


그리고 나의 개인 연습도 하면서,


 2023년 연주 일정을 조율하면서, 이 곡 저 곡 여러곡을 들어보는데,


내가 고민하는게, 피아졸라, 팔라, 슈베르트, 푸치니라서,


내가 더 연구하는것들이 모짜르트, 쇼팽이라서,

사실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재테크, 절약 유튜버, 주택청약, 그리고 동계올림픽 곽윤기 등...


그런 것들보다 더 재밌다.

음악안의 내 삶이 너무 소중하다.


내가 고민하는것들이 계산적인게 아니라서, 내 음악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

나는 만족한다.


소중하면 된거다.

행복하면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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